주중 한국대사관(이하 주중대사관)이 멀쩡한 관저 옥외 주차장 리모델링에 수천만원의 국가 예산을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저에서 생활하는 정재호 대사 취임 직후 이뤄진 공사여서 정 대사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의원실에 따르면 주중대사관은 정재호 대사가 취임한 8월 이후 관저 수리 등에 25만3854위안(약 505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항목은 관저 옥외 주차장 리모델링 공사로 19만5536위안, 우리 돈 4000만원 가까이 쓰였다. 그 밖에 ▲소연회동 난방기 수리 3만3000위안 ▲대연회동 에어컨 수리 1만4818위안 ▲사저동 서재 출입통제키 교체 8200위안 ▲대연회동 현판 교체 2300위안 등이 쓰였다. 전체 관저 수리비에 80% 가량이 옥외 주차장을 고치는데 사용된 셈이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공사는 정 대사 부임 전부터 계획됐던 것”이라며 “실제 공사 내용을 고려하면 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입찰 당시 총사업비 22만 위안에 비해 실제 총 공사비는 10% 이상 줄어든 수준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공사 비용이 넉넉히 책정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제는 공사 시점과 필요성이다.
주중대사관은 지난 7월19일 관저 옥외 주차장 리모델링 공사 계약업체를 모집하는 입찰 공고를 올리고 공사에 착수했다. 당일은 정 대사가 부임을 위해 중국에 입국한 날이다. 공사는 정 대사가 취임한 8월1일 이후 진행돼 8월 말 마무리 됐다. 주중대사관 주장처럼 공사가 사전에 준비과정을 거쳤다지만 공사 진행은 모두 정 대사 취임 이후 이뤄졌다. 관저에 생활하는 정 대사가 이를 모두 보고받고 4000만원 가량 들어가는 공사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하필 시기가 관저에 머문 이후라면 본인의 편의를 위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사가 반드시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주중대사관이 공개한 공사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일부 시설이 노후된 모습은 확인된다. 하지만 주차장의 기능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멀쩡한 시설을 수리하는데 국가 예산이 들어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정 대사는 취임하면서 국익을 강조한 만큼 주차장 수리가 국익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 대사는 취임사에서 “지난 몇 년간 국익이란 무엇이며, 또 국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 대사는 취임 후 밝힌 교민 지원 활동 등에도 소극적이었다. 김홍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 대사는 부임 후 지난 9월 16일까지 교민 단체와 2차례 면담하며 9076위안(약 180만 원)을 사용했다. 정 대사는 취임사에서 재외국민과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수천만 원 들어가는 주차장 수리 같은 문제는 뒤로 좀 미루고 중국 내에서 네트워크 구축이라든가 교민사회와의 협력 같은 시급한 사안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중대사관은 신임 대사 부임과 이번 공사는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관저 옥외주차장 리모델링은 시설 노후화에 따른 프레임 부식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 해소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당초 상반기에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정책 강화로 8월 중 공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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