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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온기 한가득 담긴 영화 '거래완료'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중고거래로 만나는 10인의 특별한 사연들

관객에게도 좋은 거래가 될 따뜻한 힐링 영화

영화 <거래완료> 각본·연출한 조경호 감독


"흥미로운 사람들이 만나 흥미롭게 중고 사고팔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인데. 만들고보니 두 번째 인생에 관한, 실패해 본 사람들 이야기더라고요."

영화 ‘거래완료’ 스틸




10월 6일부터 극장 상영을 시작한 영화 <거래완료>(각본/감독 조경호, 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에는 5개의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10인의 사연이 등장한다. 전직 야구선수, 재수생, 로커를 꿈꾸는 공무원, 사형수 그리고 작가 지망생까지. 필요가 사라졌던 물건들은 두 번째 기회를 얻고. 주인공들은 새로운 인연, 새로운 기회와 마주한다.

조경호 감독도 두 번째 인생을 걷는 중이다. (그는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눈치였지만.) '잘하면 본부장쯤 다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야구 관련 회사를 8년쯤 다니다 34살 무렵 사직서를 냈다. 한예종에 들어갔고, 전세 뺀 돈 2,500만 원으로 졸업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 몇 년 지나 세상에 나온 영화 <거래완료>는 독립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스케일로 완성됐다. 전석호, 태인호, 조성하, 이원종 등 배테랑 배우들이 합류했고. 최예빈, 최희진, 채서은, 이규현, 이교형, 권일, 임승민, 엄서현 등 매력과 개성을 겸비한 신예 배우들도 빈틈없이 다채로운 채색을 더했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감독상과 관객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등 3관왕을 차지했고 하와이·벤쿠버 등 해외 영화제에서도 주목받았다.

영화 ‘거래완료’ 조경호 감독 / 사진 = (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제공


“좋은 거래였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라는 소재도 흥미롭다. 사고파는 찰나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 아쉬움, 온기가 영화 내내 묻어난다. 잠실야구장, 서울 야경, 술집, 책방 같은 로케이션은 멋지고 예쁘고 아름답다. 버튼만 누르면 잠에 빠지는 수면유도기가 존재하는 환상적인 공간도 있다. 등장인물들이 직접 연주하고 부른 감성 짙은 OST도 여럿. "좋은 거래였습니다." 영화는 동화처럼 아름답고 보고나면 계속 생각난다. 관객으로서도 좋은 거래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하시지만. 처음부터 끊임없이 의심을 받았던 영화예요. 영화공부 처음 시작할 때도 '회사원이 왜 굳이'라며 의심을 받았었고요. 시나리오가 나오니 상업 배우들이 과연 하겠느냐, 야구장에서 찍겠다고 하니 촬영 허가가 나겠느냐. 최소한 10명의 배우가 필요하다 했더니 제작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 계속 난관을 통과하는 과정이었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극장에선 (독립영화다보니) 편성을 많이 주기 어렵다고 했었고요."



의심을 하나씩 거둬가는 작업이었다. 괜한 허세나 포장은 하기 싫었다. 솔직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자신은 초보 감독이었다. 학생이었고 졸업작품이었다. 예산은 이 정도임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예산'이나 '독립영화'와 같은 꼬리표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영화표를 사서 보는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회 생활을 거쳐 영화감독이 된 보람은 여기서 발휘됐다. 첫 번째 에피소드 '2002년 베이스볼 자켓' 편에서는 돈을 줘도 빌리기 어렵다는 잠실야구장 로케이션이 등장한다. 조 감독이 과거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한 결과다. 인상적인 OST 곡들 역시 주변에 프로 음악가가 된 친구들이 도움이 됐다. 또 배우 소속사에는 직접 손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고. 그렇게 의심은 조금씩 믿음으로 바뀌어갔다.

"설득보다는 대화 과정이었고요. 잘 못하니까 한 수 가르쳐달란 식이었죠.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시작했기에 처음에는 주연 배우들한테 많이 의지했었습니다. 디렉팅은 주로 조연이나 단역 배우들한테 하는 식이었고요. 주연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조연이 못하면 그건 가짜영화가 되는 거니까."



‘거래완료’ 전석호 배우


옴니버스로 만들어진 다섯 에피소드는 별개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음 에피소드의 조연이 되기도. 또 영화 전체에 걸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단편영화와 장편영화의 각 매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코로나19 등 여러 변수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었다고. 배우들은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거래완료> 촬영이 잡히면 나오곤 했다. 감독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변수조차 조경호 감독은 계산을 해둔 듯 했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영화를 찍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플랜이 확실해보였어요. 조경호 감독은 이 달리기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일련의 과정들이 다 계산돼 있었죠. 저는 거기에 발 맞춰갔어요. 꽤 오랜 시간 지나고 다시 만나 찍고 또 찍고. 그러면 감독님이 설명해주시고, 또 믿고 찍었죠." <거래완료> 주인공 중 한 명인 전석호 배우의 말이다. (인터뷰 자리에는 전석호 배우도 함께 했다.)



조경호 감독의 계산은 로케이션 촬영 방식에도 묻어난다. 일단 예산이 부족하니 조명보다는 자연광이 많은 야외를 선택했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다. 배우에게 연기를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보다, 배우를 그 상황 속에 던져놓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CG 배경이 아닌 가장 확실한 로케이션 장소를 고르고 그곳에 플레이어인 배우들을 배치하면 연기는 자연스레 나온다고. 잠실야구장 촬영을 고집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영화 OST 앨범도 작업중…혼자라면 포기했을 영화”


이제 남은 것은 홍보다. "출근할 때마다 100장 씩 영화 포스터를 돌리고 있어요. 식당에도 붙여두었고요. 영화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하나씩 맞춰서 돌아다닐까도 해요. 절박한 게 아니라 하루하루 열심히 제 일을 하는 겁니다. 홍보도 제 일이에요."



스포츠 회사에서 오래 일을 해서 그런지, 루틴과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그였다. 초보 감독의 삶이란 매일 글 쓰고 연출 공부하고의 연속이라고. <거래완료>는 그가 오랜 기간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만든 단단한 영화다. 그 동안 자신은 성장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영화를 만들며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거다. 현장 배우의 기분 등 그 어떠한 것보다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영화는 이제 막 개봉해서 관객을 만나고 있지만 조경호 감독은 아직 계산할 게 많이 남아있다. 조 감독은 요즘 흔치 않은 영화 OST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거래완료> 사운드 감독(왕두호)은 레코딩 믹싱 엔지니어이자 음반 유통회사 사장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은 영화이기에, 계속 갚아나갈 생각이라고 그는 여러 번 강조했다.

"팀플레이의 장점이죠. 개인 작업이었으면 포기했을 지도 몰라요.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배우들도 정말 궁금했을 텐데. 이 영화를 기다리셨을 분들께 꼭 좋은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배급사에게도 스태프 VIP 시사회 꼭 잡아달라고 했고요. 영화 같이 해주신 스태프, 배우 분들께 다른 연락으로 이어진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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