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사내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승건 토스 대표가 1일 조직 문화에 관한 글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토스뱅크 CEO 출신인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스답게 일하는 문화의 핵심은 DRI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고받는 임원이 아니라 실제 실무를 담당하는 팀원들이 회사를 대표하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전제가 실질적으로도 강력한 지배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임원도 특정 실무자들의 업무에 대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비평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전제 없이 임원의 강력한 의견 개진만 존재한다면 그건 그저 악성 톱다운 문화에 불과하며 토스가 일하는 방식과 하등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카오톡 개편 이후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의 비판 글이 잇따랐다.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홍CPO가 하나하나 다 지시했다" "1인 기획 작품으로 봐달라" 등 홍CPO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토스 출신인 홍CPO가 카카오에서 불통 리더십으로 비판받는 상황에서, 홍CPO의 업무 방식은 토스 문화가 아니라는 취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카카오 내부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덧붙였다. "개개인의 자율적인 결정이 때로는 회사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갈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잘 인식하고 있다"며 "실제로 누군가의 결정이 회사에 큰 피해가 가는 결과가 되더라도, 타 구성원들은 그 결과를 비난하거나 눈치 주고 조롱하는 게 아니라 공동의 결정으로 인식하고 원팀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피해를 일으킨 팀원을 외부화하거나 조롱하는 건 토스답게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홍CPO를 비판하는 카카오 직원들을 간접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토스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본인 생각을 자주 페이스북을 통해 올려온 것으로 안다"며 "사내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에도 같은 글을 올린 만큼 외부의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내용은 아닐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카카오톡은 지난달 23일 이프 카카오를 통해 격자형 피드로 친구탭을 개편하고 숏폼탭을 추가하는 등 대대적 업데이트를 공개한 이후 거센 이용자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친구목록 원상 복귀 방침 이후에도 카카오톡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평점은 1.1점을 기록 중이다. 애플 앱스토어 기준으로는 2.2점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홍CPO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에게 개편과 관련해 빠르게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홍CPO는 "이번 대규모 개편의 배경을 소셜 확장과 메신저 서비스 강화"라고 설명하면서 "앱 다운로드 수, 트래픽과 같은 지표는 유지되고 있다,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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