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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10조 M&A로 '소재·화학' 왕국 건설 [시그널INSIDE]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외형·순익 모두 넘어서

일진머티리얼즈 2.7조 인수로 미래 사업도 순항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 체인 완성 단계 다가서


유통 왕국 롯데그룹이 10조원 이상의 투자 실탄을 쏟아 부으며 소재·화학 사업에서 글로벌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해 가고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일진머티리얼즈(020150) 인수에 성공하면서 2차 전지 핵심 소재에 대한 밸류 체인(Value Chain)도 완성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롯데의 화학 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첫 경영 수업을 받으며 쌓은 전문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과감히 나서 유통과 호텔·식품 등을 뛰어넘는 외형을 확보한 데 이어 미래 성장 동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는 지난 11일 국내 동박 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2조7000억 원(지분 53.3%) 규모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추진을 위해 올 2분기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본지가 지난 5월 전격적으로 일진머티리얼즈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고 단독 보도한 시점부터 롯데측은 꾸준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매각 가격이 최대 3조 원으로 거론되며 투자업계에선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일부 나왔지만 롯데케미칼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단독 협상에 나설 정도로 인수 의지가 강했고,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국면에 증시 침체까지 겹쳤지만 결국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뚝심을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마저 커지는 데도 롯데가 빅딜을 단행해 적잖이 놀랐다” 면서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에 넘기고 대신 인수한 기업이 일진머티리얼즈라는 점이 이채로울 뿐 아니라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여수NC공장 야경.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연이은 빅딜로 주력 그룹사 ‘비상’ = 실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계기로 롯데그룹 내 화학 사업은 유통을 넘어 최대 사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의 근간이었던 유통업은 쿠팡 등 e커머스 업계의 급속한 팽창 속에 온라인 전환이 늦어져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 비해서 화학 사업은 꾸준히 국내·외 기업들을 사들이며 미래 사업을 착실히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18조1204억 원을 기록하며 롯데쇼핑의 연간 매출(15조5735억 원)을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이후부터 롯데쇼핑을 줄곧 추월했는데 외형까지 한층 확장해 나가면서 사실상 롯데그룹 내 최대 실적을 내는 계열사로 올라섰다.

롯데는 1979년 호남석유화학의 정부 지분을 사들이며 화학 사업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회장이 마지못해 진출한 석유화학 사업에 반감이 큰 편이어서 알짜 사업이었지만 그룹내 대접은 한동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그룹내 경영 보폭을 넓히던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투자와 M&A에 나서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롯데 화학사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단연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2004년 호남석유화학이 8135억 원에 인수한 KP케미칼은 롯데의 화학 M&A 역사의 출발선으로 평가 받는다. 이듬해인 2005년 LG그룹과 공동 경영했던 현대석유화학을 분리하며 롯데대산유화를 설립했다. 이어 2008년 중견기업인 하오기술과 2009년 삼박을 각각 인수해 롯데대산유화에 흡수·합병 시켰다.

호남석유화학은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타이탄을 1조5223억 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하며 체급을 키웠다. 신 회장은 타이탄 인수로 화학 사업에 확실한 자신감을 갖으면서 2012년 호남석유화학의 사명에 ‘롯데’를 붙이며 롯데케미칼로 이름을 바꿨다.

롯데는 2015년 또 한 차례 화학 사업 빅딜로 재계를 놀라게 한다. 삼성그룹과 이른바 '화학 3사 빅딜'로 불리우는 2조 8000억 원 규모의 대형 M&A 계약을 발표한 것이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롯데는 이듬해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롯데정밀화학(004000), 롯데BP화학, 롯데첨단소재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롯데첨단소재는 2020년 롯데케미칼과 합병했다.



롯데의 화학 사업은 삼성과 빅딜을 통해 유통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 일진머티리얼즈까지 품으면서 미래 성장동력도 확보하는 한편 신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 부문과 시너지도 높일 수 있게 됐다.



◇롯데의 화학, 신동빈 회장 끌고 김교현 부회장 밀고 = 신격호 롯데 창업주는 유통과 호텔, 식품 등 소프트 산업에 애정이 깊어 화학 사업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호남석유화학을 롯데가 인수한 것도 당시 정부가 자금력이 있는 롯데에 석유화학산업 육성을 위해 떠맡기다시피 한 측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격호 전 회장은 호남석화가 “사고만 내지 말라”고 주문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2011년 그룹 총수에 오른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 경영을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시작했다. 신 회장은 특유의 집중력으로 화학 사업을 파고 들었고 당시 인연을 바탕으로 화학 부문이 롯데의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현재의 롯데케미칼을 키워낸 경영자로 롯데 화학군 총괄 대표인 김교현 부회장이 우선 꼽힌다. 김 부회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여수공장에서 엔지니어 실무를 시작하는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2006년 신규사업 본부장을 맡아 2010년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4년 타이탄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말레이시아 현지 상장까지 이끌었고,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 이사에 올랐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번 롯데케미칼의 미국 현지 법인 설립과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의 지분 매각 결정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사실에도 주목한다. 일진 오너가(家)가 롯데 김 부회장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M&A를 관철시켰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배터리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던 롯데케미칼은 2차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꾸준히 외부 기업을 탐색해왔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발표된 일진 오너가의 지분 매각은 롯데케미칼이 아니었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았을 것" 이라며 "매각가격이 높다고 봤으나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 가치에 주목한 롯데 최고위층이 결단을 내리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김교현 부회장.


롯데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화학군 내 배터리 소재 포트폴리오를 대폭 넓히게 됐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이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직·간접적인 투자와 생산을 병행하게 된 것이다. 롯데는 최근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서 침체가 생기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수가 마무리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인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은 이전보다는 쉽지 않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7935억 원 보유하고 있다. 인수 가격이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상당 부분은 인수금융 등을 활용해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금 납입과 함께 국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마치고 승인을 받아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최종 마무리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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