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의 냉연강판 공장이 노조의 파업으로 2주간 휴업하기로 했다. 파업과 사장실 점거, 태풍에 따른 침수로 올해에만 5번 생산을 중단한 현대제철은 이번 일시 휴업까지 더해 공장을 놀리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시장의 우려로 하반기 내내 하락하던 냉연 유통가격도 이달 초 처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내 냉연공장 생산을 2주간 쉬기로 했다. 휴업 기간은 12일부터 26일까지로 당진제철소 내 냉연1, 2공장이 휴업에 들어간다.
이는 금속노조 현대제철 지회의 게릴라 파업 때문이다. 노조는 임금협상과 특별공로금 지급을 주장하며 지난달 24일부터 당진제철소에서 게릴라 파업을 이어왔다. 전면 파업이 아닌 특정 장소와 시간대를 정해 돌아가며 하는 파업으로 연속성이 필요한 공장 가동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기사
당초 노조는 후판·특수강·선재 공장을 중심으로 게릴라 파업을 벌였지만 이달 5일부터는 열연 공장으로 전선을 넓혔다. 열연 제품은 자동차·가전제품에 쓰이는 냉연 제품을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다. 열연이 멈추면 냉연 생산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제철은 이번 휴업을 결정했다.
벌써 3주간 이어진 게릴라 파업과 이에 따른 냉연 공장 휴업으로 현대제철 생산량도 최근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올해에만 다섯 차례 생산을 멈춰야 했다. 이 중 3건이 노조 파업 관련 생산 중단으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잦은 기록이다.
파업과 태풍 피해 등으로 올 상반기 기준 생산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조강 생산능력은 1092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했다. 현대제철의 반기 생산능력이 1000만 톤 수준까지 기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조업 일수나 가동 시간이 줄면 생산능력도 하락한다.
국내 최대 제철소 중 하나인 현대제철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관련 강재 가격도 상승 반전하고 있다. 특히 냉연의 경우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냉연 유통가격은 톤당 115만 원으로 전월 대비 4.5% 올랐다. 냉연 유통가격은 6월 첫 주 134만 원을 기록한 뒤 매주 하락세를 보이다 이달 초 처음으로 반등했다.
자동차·가전제품에 쓰이는 냉연 가격이 오르고 수급 불안감이 생기면서 완성차·전자 기업들도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강재 재고가 많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에 이어 현대제철 노조 파업까지 커지면서 자동차·가전 업계로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