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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사이 ‘원금 손실’ 20배 폭증…‘되살아난 마진콜 악몽’ [선데이 머니카페]

작년 말 ELS·DLS 녹인 136억 불과

올 상반기는 20배 급증한 2799억

증시 V자로 급반등 하지 않는다면

연내 만기 1012억, 손실 가능성 커

증권가, 20년도 마진콜 재발 우려

앞다퉈 헤지 나서고 해외社 비중 ↑





“여의도 바람이 차다”

증권가 사람들이 요즘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다. 여의도 증권가가 한겨울도 아닌데 꽁꽁 얼어붙었다. 때이른 한기는 어디서 온 걸까. 여의도 사람들은 말 없이 검지를 뻗어 주가연계증권(ELS) 발 마진콜 사태가 벌어졌던 2020년도를 가리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움직임, 엄습하는 경기 침체 우려에 글로벌 증시는 올해 들어 제대로 된 기지개 한 번 켜지 못하고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다. 증시 하락은 불행과 닮았다. 결코 혼자 다니는 법 없는 불행처럼, 증시 하락은 또 다른 자산시장 리스크와 함께 하기 마련이다. 가령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100지수, 홍콩 항셍(H) 지수, 각종 원자재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ELS·DLS)의 손실 구간(녹인·Knock-In) 진입 소식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녹인이 발생한 파생결합증권 규모는 2799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6.1%인 1012억원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말에는 136억 원에 불과했던 게 반년 사이 20배나 폭증한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은 보통 6개월마다 평가해 상환 여부를 결정 짓는다. 만기 때까지 녹인 구간에 있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증시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만기인 1012억 원 가운데 대부분은 큰 폭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파생결합증권은 계약 만기일까지 특정 종목의 주가, 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진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높은 쿠폰 수익률을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녹인’ 구간은 통상 기준가의 45~50%로 설정돼 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원금손실가능성이 크지 않다. 때문에 국민 재태크 상품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상품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및 추가인상 가능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금감원은 “주요 주가지수 하락에 따라 원금 비보장형 ELS를 중심으로 조기 상환이 감소하고 녹인이 발생한 상품은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리 상승, 경기 침체 등의 우려가 커져 ELS·DLS 투자자의 손실 위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 손해도 크다. 올 상반기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 운용과 관련해 82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전년 동기 5865억 원 이익과 비교하면 6727억 원(110.3%)이 감소했다.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증권사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우려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기초자산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예치하고 있는 증거금이 거래개시 수준 이하로 하락하였기 때문에 당초 증거금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증권사가 이 요구를 무시할 경우 거래소는 자동반대매매(청산)를 통해 거래계약 관계를 종결한다. 이 경우 기초자산가격은 추가로 급락하게 된다.

지난 2020년 3월 증권사들이 대규모 마진콜을 받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초기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들은 대규모 달러 마진콜을 받았다. 원인으로 꼽힌 게 ELS였다. 증권사는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면서 단기금융시장 교란을 야기했다. 증권사가 달러 증거금 납입을 위해 대규모로 달러를 매입하면서 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정부는 한국증권금융 대출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지원에 나섰고 겨우 유동성 위기를 잠재웠다.

그러나 한 번 마진콜 사태를 겪은 만큼 이번에는 단단히 대비해뒀다는 설명이다. 우선 증권사는 헤지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 보다는 해외 금융사를 통한 헤지로 국내 자본시장에 연쇄 자금 경색이 발생하는 걸 막으려 한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94조 9000억 원) 중 자체 헤지 규모는 54조 600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조 2000억 원(12.8%) 늘었다. 헤지 거래 상대방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30조 5000억 원으로 75.7%, 국내 금융사는 24.3%로 집계됐다.

금감원의 모니터링도 촘촘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자체 헤지 운용이 어려워지고,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상환 물량이 감소하면서 증권사 전반적으로 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주가 지수 하락으로 원금비보장형 ELS 중심으로 조기상환이 줄고 낙인 발생 상품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ELS와 DLS 투자자 손실 위험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증권사 운용 관련 리스크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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