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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한데 모은다고 슈퍼앱 안돼…'버티컬 파이낸스'로 가야"

[서경 금융전략포럼] 최흥범 삼정KPMG 파트너 주제강연

팔고싶은 상품만 제공해선 고객 떠나고 빅테크에 밀려

배달·車 서비스 등 '특화 금융'으로 파고들어야 승산

디지털환경 급변 대비, 고객경험 업무 역량 강화 필요

최흥범 삼정KPMG 파트너가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23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슈퍼앱 전쟁과 금융산업의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영국의 챌린저 뱅크 레볼루트는 2016년 총수익 320만 달러에 불과한 핀테크 기업이었지만 2020년에는 2억 8520만 달러로 5년 만에 90배가량 성장했다. 이 기간 레볼루트의 고객 수는 10만 명에서 1200만 명으로 120배, 기업가치는 3300만 달러에서 55억 달러로 167배나 치솟았다. 레볼루트는 간편결제·오픈뱅크 등 기존 전통적인 금융 업무는 물론 주식·암호화폐·금 거래, 반려동물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덩치를 키웠으며 특히 여행을 기반으로 여행 상품 예약, 여행자 보험, 숙박 예약 등의 서비스를 결합시킨 ‘버티컬 파이낸스(특화 금융)’ 전략으로 영국 내 뱅킹 애플리케이션 경쟁력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최흥범 삼정KPMG 파트너는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제23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슈퍼앱 전쟁과 금융산업의 미래전략’이라는 내용의 주제 강연을 통해 영국의 레볼루트 사례를 제시한 뒤 우리 금융사들의 슈퍼앱 전략은 ‘채널 통합’이 아닌 ‘특화 금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파트너는 “우리 금융사들은 트래픽(고객 방문)을 하나의 앱에 몰아서 하면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고민하는 듯하다”며 “하지만 트래픽을 모은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내가 필요한 상품을 줘야 하고 그래야만 자주 방문하는데, 금융사가 팔고자 하는 상품만을 제공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금융 앱의 차별화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최 파트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어떤 앱을 열든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어느 회사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내가 가장 먼저 손이 가는 회사, 친숙한 앱을 열어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거대한 트래픽을 끌어오는 슈퍼앱에 대한 금융사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앱은 태생적으로 트래픽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된 후) 몇 곳의 금융사가 지배하는 과점 시장에서 금융 슈퍼앱 하나 추가한다고 해서 사업이 더 효과적으로 성장하고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국내 금융사가 지향해야 할 슈퍼앱의 형태는 ‘특화 금융(버티컬 파이낸스)’”이라고 결론 내렸다.

최 파트너는 현재 국내에서 특화 금융을 시도하고 있는 일부 은행들의 도전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나 KB금융의 ‘KB차차차’ 등을 예로 들며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이고 의미 있는 발전”이라며 “해당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서 버티컬 서비스로 나아간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슈퍼앱과 연계한 금융 산업의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도 최 파트너는 당장 눈앞에 있는 환경이 아니라 몇 년 후의 디지털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시간을 두고 변한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변해왔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는 “유럽의 인터넷뱅크 앱은 2012년 처음 등장했지만 한국은 인터넷과 장비의 발전과 동시에 인터넷은행 앱이 등장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웹 3.0 시대가 예고돼 있는데, 몇 년 지나면 또 다른 디지털 환경이 펼쳐질 텐데 빅테크가 걸어온 길을 따라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파트너는 현재 금융 당국의 제도하에서는 당장 ‘특화 금융’ 전략으로 갈아탈 수 없는 현실도 인정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단기적으로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특화된 서비스에 금융 서비스를 얹어가는 전략을 택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갈 것을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현재 고객 경험과 관련된 업무를 외부에 아웃소싱 형태로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금융회사 내부로 들여올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최 파트너는 “단기적으로 고객 경험이 중요한 것은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이 적용되는 가상세계에서 고객 경험이 유효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고객 경험과 관련된 마케팅, 브랜드, 사용자 경험 등의 분야 역량을 내재화하고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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