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버팀목이었던 경상수지가 갈수록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 수입은 여전한데 수출 여건은 나빠지면서 상품수지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해외여행 등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보고서를 통해 “향후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지속, 수출 둔화세 확대로 무역 적자가 지속되고 운송 여행 등 팬데믹 호조요인이 약화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 운송·여행 등 서비스수지와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까지 합친 개념이다. 8월 경상수지는 30억 5000만 달러로 4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매년 일시적인 적자가 발생하는 4월을 제외한 달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고 8월 기준으로는 2008년 8월(-38억 50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이다.
문제는 경상수지에 영향을 주는 대외 요인이 좋지 않아 적자가 단발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한은은 먼저 3개 수출 대상국인 미국·중국·유럽연합(EU) 경기 위축으로 수입 수요가 동시 부진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주요국 일부만 경기가 부진해도 수출이 상당 폭 둔화했는데 금융위기 등 동반 부진 시에는 위축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정보통신(IT) 경기도 빠르게 위축됐다. 스마트폰·노트북 등 IT기기 관련 팬데믹 특수 요인이 약화되는 데다 주요국 성장세 둔화도 겹친 영향이다. B2B(기업) 부문의 경우 디지털화에 따른 기조적 확대 요인에도 주요국 경기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등에 대응한 재고·투자조정 등으로 서버생산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이에 IT 수출은 7월부터 감소 전환한 데다 당분간 비(非)IT 수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IT 최종재 생산 비중이 높은 대(對)중국 수출이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무역적자 지속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그동안에는 재화 수요가 늘고 서비스 수요가 감소한 것이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일상 회복 과정에서 이같은 영향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움직임에 취약한 구조다.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상품수지는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고 에너지 수입이 지속돼 개선 흐름이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 확대와 물동량 둔화로 인한 운송수지 흑자 축소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피했다.
주욱 한은 조사국 과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가 바탕이 되는 가운데 에너지 소비 효율화, 여행?콘텐츠 등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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