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을 1주 미만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쪼개 사고파는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습니다. 테슬라,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SML 등 고가의 종목도 1000원어치씩 살 수 있게 되면서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투자 문턱을 낮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상장지수펀드(ETF)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진정한 분산투자도 가능해진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MZ세대뿐만 아니라 고령층도 소수점 거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60세 이상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이용 고객이 4만 348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증권사들도 소수점 거래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018년 10월,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신규 지정에 따라 15개 증권사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대신증권(003540), 메리츠증권(008560), 미래에셋증권(006800), 삼성증권(016360), 신영증권(001720), 카카오페이(377300)증권, 키움증권(039490), 토스증권,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003530) 등 대다수 증권사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진 것입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소수점 거래를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했던 증권사들도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선 해외 소수점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3일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문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액은 13억 4318만 달러(8월 말 환율 기준 1조 7966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액 기준 0.66%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비율은 전년(0.38%) 대비 0.2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증권사들도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로 짭짤한 수익은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15개 증권사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로 거둔 수수료 수익은 약 26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거래 대금은 8월 말 환율 기준으로 1조 7966억 원인데 수수료 수입은 0.14% 수준입니다. 올해 월평균 수수료 수익도 3억 2272만 원으로 전년(3억 1973만 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분석됩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점 거래 자체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인 채 모 (30)씨는 “주식 투자로 손실을 입은 상태여서 소수점 거래까지 할 여력이 없다”며 “해외 종목 주가도 하락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안 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 노 모 (27)씨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가 부담된다"고 말했습니다.
서비스 도입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과당경쟁도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저해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증권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고 각종 이벤트를 벌이며 이자 수익을 적게 얻게 됐다는 것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도입 초기에 고객 유치 경쟁이 활발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수익이 많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성장기로 접어들려면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소수점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뿌리를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해외 소수점 거래 시장의 현재 승자는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으로 분석됩니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이용 고객 수 기준 각각 상위 1·3위를 오르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두 회사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이용 고객 수는 각각 72만 9554명, 27만 9314명으로 집계됐습다.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고객 36만 2133명을 확보해 2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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