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이 가장 흔하게 겪는 안면홍조와 야한증이 뇌 인지기능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에 따르면, 레베카 서스턴 미국 피츠버그 대학 메디컬센터 정신의학 교수 연구진은 북미 폐경학회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도 실렸다.
안면홍조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끈거리는 증상이다. 한 번 시작되면 짧게는 몇 초, 길게는 1시간까지 계속된다. 야한증은 밤중에 자면서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증상을 말한다.
안면홍조와 야한증은 폐경 후 나타나는 혈관운동 증상(VMS: vasomotor symptom)으로 평균 7~10년 정도 지속된다. 갱년기 여성의 약 70%가 이를 경험한다.
혈관운동 증상은 그동안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증상 정도로만 여겨져 왔지만, 최근 안면홍조·야한증과 심혈관질환 등 신체건강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은 2017~2020년 폐경 직전이거나 폐경을 겪고 있거나 지난 2개월 동안 생리를 하지 않은 여성 226명(평균연령 59세)를 대상으로 연구(MsBrain Study)를 진행했다. 이 여성들의 체질량 지수(BMI)는 평균 26.7로 정상 범위에 있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 뇌졸중, 뇌종양, 간질, 뇌 외상 등 기타 뇌 질환 병력이 있는 여성들은 분석대상에서 제외됐다. 여성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평균 5회의 혈관운동 증상을 겪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수면·각성 활동량 검사(actigraphy), 수면 평가, 신경영상 검사(neuroimaging) 등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연령, 인종, 교육 수준, 흡연, BMI, 혈압, 인슐린 저항, 혈중 지질 등 여러 공변수(covariate)들을 고려했다.
그 결과 수면 중 안면홍조와 야한증이 나타난 여성은 뇌 백질 변성(white matter hyperintensity) 위험이 17%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면홍조와 야한증이 깨어있을 때만 나타난 여성과 24시간 중 나타난 여성은 뇌 백질 변성 위험이 각각 9%, 10% 정도 높았다.
뇌 백질 변성은 인지기능 장애와 연관이 있는 뇌 병변이다. 뇌 백질 변성은 주로 심부 백질(deep white matter), 뇌실 주변 백질(periventricular white matter), 전두엽(frontal lobe) 등의 부위에서 나타났다.
뇌는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대뇌 피질과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린 속 부분인 수질로 이루어져 있다. 피질은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 수질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백질이라고 불린다.
한편 서스턴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혈관운동 증상과 뇌 백질 변성의 연관성은 참가자들의 수면 패턴과 무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혈관운동 증상은 중년 여성의 건강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 시기를 지난 여성은 알츠하이머 치매나 다른 유형의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 참가자 대부분이 백인이고 폐경 여성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 결과를 적용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 같은 방법으로 혈관운동 증상을 치료하는 경우 심혈관과 뇌 건강이 개선되는지가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서스턴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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