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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포기못해"…내년 투자 늘리는 K바이오

대내외 경제 악조건에도 증액 예고

LG화학 창사 이래 최대 3400억

한미약품 등도 R&D 강화 기조

"글로벌 위기, 추격 발판될 수도"

HK이노엔 연구원이 경기도 하남에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시설인 C&G개발센터에서 실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HK이노엔




국내 제약업계가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내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 금리인상·킹달러·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도 선제적인 R&D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R&D 투자는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글로벌 빅파마들을 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정부도 메가펀드 조성이나 세제지원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 생명과학사업부문은 내년 R&D 예산을 올해 2800억 원 보다 600억 원 늘려 34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생명과학 부문의 R&D 예산이 3000억 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이 올해 약 8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액의 약 40%를 R&D에 쏟아붓는 것이다. LG화학은 매년 생명과학 부문의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7년에는 4000억 원 이상을 신약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LC350189)’ 글로벌 임상 3상에 주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임상 2상에 돌입하는 유전성 희귀 비만 치료제 ‘LR19021’에 기술개발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HK이노엔도 내년 R&D 예산을 올해 보다 200억 원 늘린 약 9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회사는 국산 30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적응증 추가 임상, 제형 다양화 연구 등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글리코스템과 함께 공동 개발 중인 고형암 NK(자연살해)세포치료제 ‘IN-B015’의 유럽 임상 1상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R&D 강자인 한미약품(128940) 역시 내년에도 투자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 한미약품은 통상 전년 매출의 15% 가량을 R&D에 투자해왔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00억 원 가량 증가한 1조 3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R&D 투자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 매출액을 감안할 때 내년 R&D 투자는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 상황은 불확실하지만 R&D 강화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30여 개에 달하는 희귀질환·대사질환·항암 분야의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아울러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 글로벌 임상 2상 등 신약 출시에 집중할 방침이다.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 매출액의 20%로 설정하며 신약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일동제약(249420)도 내년에는 10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현재 당뇨병치료제 ‘IDG16177’ 독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 임상 2상에 진입한다. 아울러 NASH 치료제 ‘ID119031166’은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을 진행중이며 위장관질환치료제, 안과질환치료제 등의 여러 파이프라인도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에서도 자금 여력이 부족해 임상을 중단하는 회사들이 많은 만큼 R&D 확대는 글로벌 빅파마들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라며 “글로벌 금융환경 악화로 투자 여력이 쪼그라든 만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R&D 자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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