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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차환발행 포기' 잇따라…기업, 투자할 돈으로 빚 갚는다

◆금리 폭등에 '상환 전략' 수정

현대로템·인프라코어·두산 등

연말 수천억 규모 사채 만기 앞둬

보유 현금에 대출 통해 상환 추진

미래 전략 바꾸고 긴축경영 돌입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이 금리 폭등에 ‘곳간’을 털어 연말 만기를 앞둔 회사채 상환에 나서고 있다.

비우량 신용등급인 A~BBB가 대부분인 주요 제조 기업들은 과거 3~4%의 금리에서 지금은 7~8%를 줘야 할 처지다. 이에 보유 현금으로 일단 부채를 갚고 일제히 긴축 경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보유 현금으로 대규모 부채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탓에 일부 기업은 미래 투자 전략도 일부 수정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두산(000150)인프라코어는 이달 27일 만기인 회사채 1300억 원과 12월 9일 만기인 1500억 원의 회사채 등 총 2800억 원 규모의 사채를 대출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두 달 사이 2800억 원가량의 부채를 일시에 정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4620억 원 수준인 점을 미뤄볼 때 상환 금액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회사채 상환에 나선 것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금리 때문이다. 신용등급 ‘BBB0’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2021년 7월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금리는 3.5%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7%에 가까운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BBB+급인 ㈜한진도 최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6.7%의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현재 등급이 두 단계(A-) 오른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회사채 수요예측을 할 경우 6%대 금리를 줘야 간신히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음 달 회사채 만기가 있는 ㈜두산과 현대로템(064350)도 금리 폭등에 차환이 아닌 상환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대로템은 다음 달 9일과 21일 각각 250억 원, 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두산 역시 11월 17일 1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있다. 양 사 모두 BBB급 비우량채로 과거 3%대 금리에서 지금은 7%대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두산·현대로템은 올해 말까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유일한 제조 업체다.

회사채는 차환이 보통이다. 그동안 금리 하락기에서는 차환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손해였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도 일단 차환을 통해 자금을 장기로 배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단기간에 두 배가량 오르자 기업들은 보유 현금으로 일부 상환을 하는 전략을 택했다.

보유 현금으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다 보니 기업들의 미래 전략도 일부 수정되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기계를 포함한 현대중공업(329180)그룹 건설기계 3사는 지난달 각 사 사장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내년 ‘긴축 경영’을 시사했다. 사내 공지에서 3사 사장들은 “현금 확보를 위한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채권 관리도 보다 면밀하게 하고 운전자본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기계 3사 사장들은 입장문에서 “현시점에서 불요불급한 투자로 판단될 경우 과감히 시행 방안과 투자 시점을 수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 역시 현금 중심의 경영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5%를 6200억 원에 블록딜(장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두산그룹은 그룹 내 가장 ‘알짜’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일부를 희생하면서까지 현금을 최대한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 전략을 짜는 대한항공도 내년 1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상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년 1월께 금리 조건을 보고 차환을 하거나 보유 현금으로 빚을 갚을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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