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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철강 생산 ‘역성장’인데…中·日서 후판 수입은 2배 급증

[3高에 6대 핵심산업 위태]

<5>성장 정체에 빠진 철강산업

국내 생산 140만톤 감소 관측 속

저가 수입산 잇달아 韓시장 유입

전방산업 수요부진까지 설상가상

“내년 사업 계획도 아직 못 세워

친환경 제철 등 정부 지원 절실”





국내 철강산업이 최근 원달러 환율과 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철 원재료를 100% 수입해야 하는 국내 철강업계는 환율 상승에 고스란히 생산 원가 급등으로 반영된다. 특히 금리·환율·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는 자동차, 건설, 가전 등 수요 산업 부진으로 이어져 최근 경제 상황은 철강업계에게 ‘삼중고’로 다가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한국의 철강 생산량이 5460만톤(t)으로 지난해보다 2.5%(14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생산량도 올해 전망치와 같은 5460만t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전망치는 올해 5620만t, 내년 5680만t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의 수입 물량이 지난해보다 2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후판 생산량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과 일본의 후판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철강업계가 가격 협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 후판 수입량은 약 129만2220t으로 전년 동기(66만5429t)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일본산은 79만576t으로 작년(43만2474t)대비 82%, 중국산은 47만8920t으로 작년 동기(21만7911t) 대비 120% 가량 늘었다.



수입산 후판 유입이 급증한 이유는 도시 봉쇄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중국이 자국에서 소비되지 않는 물량을 저가에 한국 시장에 판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역시 자국 수요 부진으로 인한 과잉 재고를 아시아 다른 국가로 적극 수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강사들의 경영환경은 악화일로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까지 철광석, 석탄 등 제철 원재료 수입에 10조 9500억원을 썼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올해 반기에만 8조 1500억원 규모 원재료를 수입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단순 계산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원화 기준으로 수천억원 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은 1170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1430원대까지 260원 안팎으로 상승하며 원자재 가격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변동성이 커지는 유가도 문제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용 급등으로 이어지며 제철 원가 상승에 영향을 준다.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해 말 배럴당 65달러에서 이달 중순 85달러까지 상승했다. 특히 유가는 올 3월 123달러까지 상승하며 가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철강사들도 의사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는 상황이다.

강달러 현상과 고금리, 고유가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를 시작하면서 자동차, 건설, 가전, 정보통신 기기 등 전방 산업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으로 대출 수요 감소,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건설 시장 외형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해 자동차 강판 역시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철강 제품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열연 제품의 6월 첫주 유통가격은 톤당 126만원이었다가 9월에는 105만원으로 16% 하락했다. 이달 첫주에는 현대제철의 노조 파업과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 영향으로 120만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이는 수요 증가가 아닌 공급 문제라는 점에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철강사들은 내년 사업 계획 초안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이맘 때쯤이면 내년 사업 계획을 짜야 하는데 현재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으로 당장 다음 달 경제 상황도 예상할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국가별, 산업별 전략 수립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은 최근 발표하기 시작한 3분기 철강사 실적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3분기 잠점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홀딩스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 줄어든 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생산 중단으로 인해 4400억원 일회성 손실이 발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해도 분기 영업이익 2조원대가 깨진 것은 코로나19가 막 시작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3분기 매출 성장률도 큰 폭으로 줄어 같은 기간 2.9% 증가한 21조 2000억원을 보였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거시 환경 악화로 인해 철강재 수요 불안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제철 전환도 먼 상황이다. 실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은 지난 수년 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제철로 불리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도 목표 연도가 2040년이다. 기존 고로를 수소환원제철로 바꾸려면 40조원 안팎 비용도 든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사업 다각화, 기술 고도화와 정부의 친환경 제철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량화가 중요한 전기차 강판이나 태양광 등에 쓰이는 친환경 강재의 경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중국 철강사들과 비교하면 경쟁 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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