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애플 주가 급등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87%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46%, 2.59% 올랐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4.09%까지 올랐지만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빅테크가 이끌었습니다. 일부 주력 제품 부진에도 전반적으로 월가의 예상을 뛰어 넘은 대장주 애플(7.56%)이 시장을 이끌었고 앞서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던 마이크로소프트(4.02%)와 메타(1.29%), 알파벳(4.41%)이 이날 상승하면서 힘을 보탰습니다. 반면 아마존은 이날 6.8%나 폭락했는데요. 엑손모빌(2.74%) 같은 대형 정유업체도 좋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경제지표는 예상 범위 수준이었지만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이 견고함을 보여줬는데요. 독일은 3분기에 0.3% 깜짝 성장했지만 침체가 뒤로 미뤄졌을 뿐이며,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6%로 예상치(10.9%)를 넘어섰습니다. 오늘은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고용비용지수(ECI), 미국의 부채 현황, 증시 전망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3분기 ECI 전분기 대비 1.2% 인건비 부담 여전”…“올 들어 카드 4700만 장 저신용등급에 발급”
우선 이날 나온 9월 PCE부터 보죠. 9월 PCE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6.2% 증가했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1%였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PCE와 근원 PCE가 전월 대비 0.3%, 0.5%일 것으로 예측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시장 전망치와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예상치여서 다행이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여전히 절대 수준이 높지요. 근원 PCE를 보면 전월 대비 수치가 8월(0.5%)과 같았고 1년 전과 비교 시 6.1%로 8월(5.9%)보다 되레 상승했습니다. 또 9월 개인소비지출이 0.6% 증가해 전망치(0.4%)를 웃돌았는데요.
이것만 놓고 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존의 강경 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30분 현재 11월 0.75%p 인상확률이 81.7%로 어제보다 6.8%p 떨어졌지만 여전히 80%를 넘습니다. 12월의 0.5%p 가능성이 48.2%로 가장 많습니다만 0.75%p가 하루 새 9%p 오른 43.1%를 기록했지요. 블룸버그는 “이달 초 나온 CPI처럼 인플레이션의 심각성과 확산성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다음 주 회의에서 0.75%포인트(p)를 인상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연준이 중시하는 고용비용지수(ECI)에서도 나타나는데요. 고용주가 임금과 복리후생에 지불하는 금액을 보여주는 3분기 ECI가 전분기 대비 1.2%(계절조정 기준) 상승했습니다. 시장의 예상과 같고 2분기(1.3%)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는데요. 전년과 비교하면 5%입니다. 연준의 타깃(2%)을 맞추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인데요. 전체적으로 천천히 완화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딥니다.
그나마 9월 PCE에서 생각보다 좋았던 소비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그 폭이 0.3%로 줄어드는데요. 금리인상 약발이 잘 안 듣던 서비스 지출이 이제 8월 0.5%에서 9월 0.3%로 감소하고, 아마존의 4분기 매출 가이던스(1400~1480억 달러)가 월가 전망치(1551억5000만 달러)를 크게 밑돈다는 점은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불안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애플도 연휴 쇼핑시즌 기간 동안 판매둔화 가능성을 염려했죠.
실제 이날 눈여겨 봐야 하는 기사가 하나 나왔는데요. 신용분석 업체 에퀴팩스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신용카드 사용잔액이 9160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보다 23%나 높다는데요.
신용카드 이용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초과저축을 다 쓰고 이제 미국인들이 손쉽게 쓰는 카드에 의존해 소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취약 계층이 빚에 의존해 소비를 유지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이 같은 증가는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난 탓입니다.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4700만 개의 신용카드가 새로 발급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나 증가한 수치이며 이중 약 960만 장이 신용점수 620점 이하에게 나갔다고 합니다. 신용점수 669점까지가 하위 33%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 가능성이 상당히 큰 건데요. 당장은 소비를 떠받칠 수는 있겠지만 금리상승과 맞물리면 카드 부실과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가 강하다고 했던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경영자(CEO)도 “가능성은 낮지만 (현실화했을 때) 강한 영향력이 있다”며 침체 위험을 인정했습니다.
“美 일부 부동산, 부채 비용이 렌트 수입보다 많아”…“연준, 최종금리 5% 도달해 글로벌 침체 부를 것”
상업용 부동산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3분기 신규 상업용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28%인 55억 달러어치가 부채비용이 투자수익률보다 높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임대료로 이자비용을 다 못 갚는다고 생각하면 될 듯한데요. 2분기에는 그 비중이 8%에 불과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창고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렌트비는 임대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의 금융비용이 너무 빠르게 상승해 현재 렌트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금액이 더 크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상황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면 될 텐데요. 미국의 9월 주택 판매(펜딩) 지수가 전월보다 무려 10.2% 하락한 79.5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전망치 -4%를 두 배 이상 웃돌았는데요.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전년 대비로는 -31%입니다.
문제는 이날 PCE에서도 드러났듯 큰 틀에서의 금리인상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고 어느 시점에서 그렇게 되겠지만, 12월에 0.5%p를 하더라도 금리수준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거죠.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글로벌 금리전략헤드는 “인플레이션 문제로 연준은 당분간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PCE 발표 후 4% 이상으로 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정치권의 연준에 대한 금리인상 중단 압박은 바보들의 게임(fool's game)”이라며 “솔직히 (정치권이 뭐라고 해도) 연준은 듣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독립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느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금리인상에 관한 정치권의 압력이 커질수록 되레 연준이 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건데요. 가만히 있는다면 인플레이션과 싸운다는 연준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전반적인 월가의 시각은 연준이 인상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높은 최종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지죠.
블룸버그가 21일부터 26일까지 이코노미스트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보면 11월 FOMC는 0.75%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며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5%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조사됐습니다. 최종금리에 관한 전망치 중앙값은 4.75%였는데요.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며 연준이 11월에 0.75%p를 올릴 것”이라며 “현재 경제 및 시장이 약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2월에 0.5%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BofA도 11월 0.75%p, 12월 0.5%p를 거쳐 최종금리가 5% 안팎이 될 것으로 보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연준이 11월에 강하게 나오더라도 12월에는 0.5%p의 금리인상을 함과 동시에 최종금리가 5%라는 점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주식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흐트러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다만,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CIO는 “우리는 연준이 내년 1분기 금리인상을 중단하면서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에 바닥을 찍고 나올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며 “더 비둘기파적인 신호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는데요.
이런 노력(?)들에도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블룸버그 설문 응답자의 75%가 1년 내 글로벌 침체를 예측했는데요. 토마스 코스터그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의 시간차가 너무 저평가 돼 있다”며 “긴축에 따른 효과는 내년 중반까지 완전히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이때가 되면 (침체를 피하기에) 너무 늦을 수 있다. 정책 실수 리스크가 높다”고 봤습니다.
BofA, “S&P 4000 갔다가 내년 1분기에 다시 최저점”…“11월 FOMC가 증시 랠리 갈림길”
물론 이날 증시가 많이 올랐습니다. 앞을 내다보면 리스크가 많지만 어닝 시즌, 그중에서도 애플의 힘이 드러난건데요. 기본적으로는 추가 악재가 없다면 현 상황에서 증시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하죠. 제이 헤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매니지먼트 CEO는 “애플은 정말로 빅테크 사이에서도 독보적”이라며 “애플과 인텔의 긍정적 실적이 기술주 상승의 발판을 만들었고 이것이 나스닥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애플이 안전한 피난처라며 추가적인 상승을 점치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웰스 파고의 애런 레이커스는 “지금처럼 거시환경에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겁에 질렸던 것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은 애플은 메가켑 중에서도 밝은 위치에 있다”며 “외환분야의 역풍을 빼좋고 보면 왜 모든 사람들이 애플에 숨어 있으려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에 대한 찬사는 전방위적이어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섀넌 크로스는 “애플이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이며 폭풍우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항구”라고 했고, 모건스탠리의 에릭 우드링은 “애플의 실적이 모든 논쟁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최고”라고 했죠.
다만, 강달러에 장사가 없고 애플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 판매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같이 봐야 하는데요.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는 “빅테크 기업들의 어닝 붕괴 속에 애플의 결과는 상대적인 승리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WSJ은 “아마존부터 메타까지 난기류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주 붐이 끝나고 있다”며 “기술기업들은 성장 둔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단언했죠. 기술주 시대의 종언을 얘기한 겁니다.
연장선에서 에너지 기업의 부상도 보이죠. 빅테크가 없어도 증시 상승이 가능하다고 하는 이들의 생각의 뒤에 에너지 기업이 있는데요. 엑손모빌은 3분기에 196억6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순익은 애플의 분기 순익과 엇비슷한데요. “빅 오일이 빅 테크를 따라잡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기업들 가운데 어닝이 22%, 매출은 33%가 시장 예상치에 미달했습니다. 이전 4개 분기 평균은 각각 18%, 26%죠. 크게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지만 어닝 미달 업체 비율이 확실히 이전보다 높은데요.
현재 4분기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2.6%로 이전 예상치(5.8%)보다 낮아졌습니다. 에반스 메이 웰스의 리지 에반스 매니징 파트너는 “연말에 랠리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할 힘을 갖고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점쳤지요.
실제 이날도 결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를 재돌파하면서 증시도 오르고 금리도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주에 있을 11월 FOMC인데요. FOMC의 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증시 상승세가 더 갈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희망대로 12월에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기미가 있다면 증시에는 좋겠지요.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퀸시 크로스비는 “핵심은 11월2일이며 시장은 성명서나 기자회견에서 단서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12월에 속도조절을 하더라도 11월에는 딱히 신호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의 선임 미국 주식 전략가 패트릭 팰프리의 생각이 그렇습니다.
별도로 마이클 하트넷이 이끄는 BofA의 전략가 팀은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률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앙은행은 실업률이 5.5%는 넘어야 금리인하를 시작한다”며 S&P500이 4000까지 랠리를 했다가 다시 내년 1분기에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이들은 채권시장 거래가 인플레이션에서 침체 거래로 바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BofA는 “침체 때의 거래는 채권은 롱(long), 주식은 숏(short)”이라고도 덧붙였는데요.
핵심은 결국 FOMC입니다. 다음 달 2일에 있을 11월 FOMC가 1차적인 증시의 갈림길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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