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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책 대응 또 실기(失期) 않으려면


“강원도는 강원도에서 대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시장 전체로 확산될)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14일(현지 시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레고랜드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아직 위기는 오지 않았으며, 그래서 정부가 움직일 때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랬던 그가 열흘도 되지 않아 입장을 360도 바꿨다. 23일 추 경제부총리는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해 시장에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가 레고랜드와 관련한 보증 채무 2050억 원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지 약 한 달 후 나온 대책이었지만 정책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높았다.

과거 경제 위기를 겪었던 한 고위 관료는 “2050억 원이라는 액수 자체만 보면 위기로 번질 만큼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심리가 시장에 퍼졌다는 점을 더 신경 썼더라면 대책이 더 빨리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가 양적긴축으로 바뀌면서 금융 및 외환 시장에 심리적 충격이 누적돼왔음을 정책 당국만 몰랐다면 관료 사회 특유의 ‘보신 주의’ ‘무사 안일 주의’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특히 직전에는 리즈 트러스 영국 전 총리의 정책 실패도 있었다. 살얼음판 같은 시장에서 트러스 전 총리의 실패를 강 건너 불 구경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장 환경이 바뀌는 지금 위기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라고 본다. 과거보다 충분한 외환보유액, 비교적 높은 대외 신인도 등 숫자가 아닌 가파른 금리 인상, 무역수지 적자, 당분간 지속될 고물가를 두려워하는 시장 심리를 기준으로 위기를 판단해야 한다.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다이아몬드의 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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