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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조 네옴시티' 수주 청신호…현지 원전 진출 기대감도 커져

[빈 살만 이달 중순 방한]양국 조율 끝 전격 방한 결정

'네옴시티' 첨단 ICT 접목 예상에 네이버 등 IT 업계도 들썩

尹대통령과 회담서 한미 원전 공동 수주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

사우디, 부산과 2030 엑스포 유치 경합…선물만 주지는 않을듯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조감도.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으로 71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와 현지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두고 부산과 사우디의 리야드가 경쟁하고 있고 사우디가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베일에 싸여 있는 점도 방한을 두고 혼선을 부추겼다.

하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결국 방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우리나라와 사우디 간에 에너지 분야 협력을 비롯해 네옴시티 수주 등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1일 “(우여곡절 끝에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확정됨에 따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모종의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방한 시기는 이달 15~1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끝내 성사시킴에 따라 외교력 부재 비판도 어느 정도 무마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전인 4일부터 9일까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우디 방문에 나서는 것도 주목된다. 원 장관이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주요 프로젝트 수주 등에 힘을 보태는 만큼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경기 침체 속에 수주에 목마른 건설 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입장에서는 가뭄 속의 단비가 될 수 있다.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역내 북서부 홍해 인근 2만 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신도시 네옴시티를 짓는 사업이다. 투자액만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로 2025년 1차 완공,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는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세계 최대 너비에 높이 500m에 이르는 쌍둥이 빌딩도 들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불황 속에 유일하게 돈이 모이는 지역이 중동”이라며 “왕세자의 방한으로 ‘제2의 중동 특수’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ICT 업계도 들썩인다. 네옴시티에 첨단 ICT가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미 중동 세일즈에 나섰다.



원전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현재 1.4GW 규모의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경합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서는 미국 원자력법 123조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 받은 나라는 우라늄 농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우디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130개 이상의 국가가 합의해 미신고 원자력 시설에 대한 사찰을 강제한 IAEA 추가 의정서에 사우디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핵 개발에 나선 이란을 의식해 여차하면 사우디도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운영하는 만큼 사우디 원전 수출의 키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원전 공동 진출로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지분을 나눠 한미 양국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데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원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정상회담에 한미 원전 공동 진출 등의 의제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 보안팀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앞서 이달 8일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의 마지막 변수는 꼬여 있는 미국과 사우디 관계다. 지난달 18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계 미국인에게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을 통해 우리나라에 선물만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이 사우디의 리야드와 2030년 엑스포 유치를 다투고 있는 만큼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 에너지 분야 협력 등을 지렛대로 물밑에서 여러 가지 카드를 우리에게 제시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중동 특수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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