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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발행 막았지만…"6%보다 낮은 대출금리 제공에 달려"

■5대 금융지주 95조 투입

유동성 73조·계열사 10조 지원

채안·증안펀드에는 12조 공급

은행 구원투수로 시장불안 진화

일각 인플레·은행 부실화 우려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95조 원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조용병(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




5대 금융지주가 1일 ‘95조 원’ 규모의 자금을 풀기로 한 것은 정부의 긴급지원요청(SOS)에 응한 측면도 있지만 자칫 현재의 채권시장의 혼란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경고대로 이대로 신용 경색 사태가 지속돼 기업들의 연쇄 도산 사태로까지 커진다면 은행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눈앞의 과제는 자금 시장을 교란시켜온 한국전력공사의 유동성 문제다. ‘50조 원+α’ 규모의 정부 대책이 먹혀들면서 채권 발행 물량 조절에 나선 시중·특수은행과 달리 한전은 아직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전력도매가격(SMP)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30조 1249억 원(이날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재무 부담을 덜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대량의 회사채를 찍어내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이미 한전은 올 들어 23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 지난해 발행액(10조 3200억 원)의 2배를 웃돌고 있다. 그렇다고 물가 부담에 전기요금을 올려 해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연 6%에 육박하는 고금리 초우량등급(AAA) 한전채는 회사채 시장에 블랙홀이 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한전채를 6%대에 매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주 한전 등 공기업을 콕 집어 회사채 발행 자제령을 내리면서 대안으로 은행 대출이나 해외 채권 발행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한전 처리 방안에 대한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다. 그는 “한전의 회사채가 너무 나와 여러 가지 부담이 되니까 그걸 좀 자제시키려면 다른 대안을 열어줘야 하잖느냐”면서 “그런 역할을 5대 금융지주에서 (대출로) 조금 해주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한전과도 더 얘기해봐야 한다. 정말 어떤 상황이고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대출 조건이다. 한전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내심 회사채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바라는 눈치다. 한전이 제출한 연결실체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4조 8692억 원이다. DB금융투자 등으로부터 연 1.95~4.60%의 고정금리로 빌린 2조 3710억 원과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변동금리(기준금리 CD 91일물·31일 3.96%+1.11~1.14% 가산금리)로 빌린 1조 5000억 원이 큰 덩어리다. 이를 감안해 한전에 대한 신규·대환 대출 조건을 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 한전 입장에서도 6개월 변동금리 대출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회사채 발행보다 나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외에도 금융지주와 은행이 짊어져야 하는 짐은 적지 않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증권·캐피털·저축은행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계열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및 신용 보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계열사 내부 자금 공급 규모만도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5대 금융지주는 판단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소기업 등 자금 수요가 높은 실물 부문 자금 공급에도 나서야 한다. 이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회장은 “금융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것 잘 알고 있고 타개하기 위해 금융지주 책임도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며 “유동성 (부족)으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은데 최대한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5대 금융지주의 이런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규모는 73조 원에 이른다. 채안펀드·증안펀드에 12조 원의 자금을 대는 5대 금융지주는 계열사를 통해 특수은행채·여신전문채·회사채·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병행함으로써 시장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고 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나 제2금융권 크레디트라인(한도여신)을 유지하는 것도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노력의 일환이다.

5대 금융지주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에 애로를 겪거나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거나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한 취약차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시장 상황으로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으로 은행권에 기대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가 자칫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중앙은행에서는 계속 긴축을 하는데 은행권이 돈을 풀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상승 우려, 다소 무리한 대출에 따른 부실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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