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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막힌 보험사, 보험료로 지급보험금 '돌려막기'

금리인상에 저축성보험 해지 급증

흥국 이어 DB생명 콜옵션 미행사

보험업계 자금조달 우려 더 커져


보험사들이 내년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시급한 가운데 유동성이 막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 등의 수신 금리 인상에 저축성 보험 해지가 늘고 있는 데다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금 시장의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여기다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최근 2~3년간 부쩍 늘어난 물류센터 등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4일 보험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성 보험 해약이 늘어나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유동성 문제에 부딪혔다. 금리 상승으로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역마진이 발생해도 고금리로 저축성 보험을 팔고 있지만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9월 저축성 보험 신규 가입 건수는 2만 7424건으로 8월 기준 3만 6278건 대비 24.4% 감소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받아 지급 보험금을 돌려 막는 형편으로 보험료를 계속 받고 있는 보험사가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자본 확보도 급한 상황이다. 이날 한화손해보험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21일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사옥으로 쓰고 있는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을 4560억 원에 매각하고 재임차한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역시 이달 중 노원·평촌·부천·구리 사옥 등 약 2000억 원의 부동산을 한화리츠에 매각한다. K-ICS는 자산과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해 리스크와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제도다. 부동산을 보유하면 준비금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 자본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새 회계제도에서 보험사들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적립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이 와중에 흥국생명(5억 달러)과 DB생명(300억 원)이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향후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창윤 S&P 글로벌 신용평가 이사는 “금리 상승에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이로 인해 향후 국내 보험사들의 신규 발행 및 차환을 통한 조달 계획에도 영향이 예상된다”며 “일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되는 새로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충족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콜옵션 미행사를) 외부에서 어떻게 보는지 감안해야 하는데 보험 업계에서 이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이것 역시 관리해야 하는 만큼 어떻게 대응할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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