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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사는 집, 구석구석 달라야 하는 이유[지구용]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대표 인터뷰

미세한 조명 깜빡임은 안구질환-미끄러운 바닥은 슬개골·고관절 질환 야기

외부 소음 차단하는 중문-건물 입구 세족·배변처리실까지 동물중심 설계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지은 서울 양평동 펫앤스테이의 동물친화적 구조와 설비. /그래픽=박희민 디자이너




두 반려묘와 사는 생강 에디터는 얼마 전 대단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대표님(유기견·마당개 편에서 잠시 등장)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고양이들에게 미안해진 것들이 몇 가지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위해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꼭 펫주택에 입주해 살지 않더라도 반려인이라면 꼭 필요한 내용, 얼마든 개선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반려견주택연구소, 어떤 회사?


주택·상업시설 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을 위한 컨설팅·시행·운영 서비스를 제공. 서울 양평동 펫앤스테이 외에 망우동 펫빌라, 서초동 펫오피스텔,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펫오피스텔, 부산 서면 에르고펫, 강원 홍천 소노펫, 충남 태안 천리포 펫리조트 등을 기획&분양.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는 건설사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4년 일본 출장 중에 펫주택을 접하고 2016년 반려견주택연구소 설립. 반려동물관리전문가 자격 보유.


조명과 소음, 반려동물들을 괴롭게 하는 이유

인터뷰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을 위한 펫주택’에 특별한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오산이었습니다. 박 대표님의 설명을 정리해 봅니다.
▲조명
:일반적인 형광등, 백열등은 끊임없이 깜빡거리는데 사람 눈에는 안 보입니다. 그런데 동체시력이 좋은 반려동물들에게는 너무 잘 보인다고 합니다. 고장 나서 자꾸 깜빡이는 불빛 아래에서 몇 년이고 산다면 정말 괴로울 겁니다. 심지어 선천적으로 눈이 좋지 않은 녀석들에겐 백내장 같은 안구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동물들은 깜깜하다고 무섭거나 불안해하지 않으니까 제발 조명을 꺼두시라”는 박 대표님의 말씀.
다행히 ‘플리커 프리(flicker free, 깜빡임 없는)’ 전등이란 것이 있습니다. 주로 LED인데 저가 중국산 제품은 플리커 프리가 아닐 수 있으니까 잘 확인해보고 구매해야 합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자매품 : 플리커 프리 인증이 붙은 TV).
우리 집 전등이 플리커 프리인지 아닌지 모른다고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핸드폰 카메라의 슬로우모션 모드로 3초 이상 찍어보면 됩니다. 깜빡이는지 아닌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가 사는 집은 제일 많이 켜두는 거실 메인등만 플리커 프리 조명으로 판명됐습니다.

펫앤스테이 1.5룸의 모습. 현관에 중문이 설치돼 있고 방과 부엌을 구분해주는 미닫이 유리 문도 달렸습니다. 요리할 때 털날림이나 칭얼거림을 막아주는 용도입니다. 방석, 숨숨집, 고양이 화장실 등을 놓기 좋게 마련된 책상&옷장 아래 공간도 인상적. /사진제공=반려견주택연구소


▲소음
:동물들은 우리보다 훨씬 청각이 민감합니다. 3층에 사는 에디터네 고양이들도 1층의 발소리를 듣고 숨기도 합니다. 배달, 택배 때문에 아이들이 놀라기도 하고, 개들은 짖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주택에는 무조건 중문이 포함됩니다. 양평동 펫스테이에도 1~1.5룸 오피스텔에서 보기 드문 중문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박 대표님은 “국내에는 소음을 막아주는 차음 효과가 좋으면서도 예쁜 중문이 없다”고 투덜대긴 하셨지만요.
훌륭한 아이디어 하나 더. 초인종 소리도 반려동물들을(심지어 사람도) 화들짝 놀라게 합니다. 그래서 일부 반려동물주택에는 초인종 소리 대신 빛 반짝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특히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유용)도 있다고.
▲환기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들은 하루 종일 실내에 있기 때문에 실내 공기의 의미가 아주 커요. 그래서 아무리 공기 좋은 교외 지역에 집을 짓더라도 꼭 환기 시스템을 설치해요.” 그냥 실내 공기청정이 아니라 외부 공기가 순환되는 환기 시스템이 중요하단 박 대표님 말씀. 댕냥이 키우는 집은 가출이나 소음, 댕댕이 짖음 때문에 마음 편히 창문 열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근데 환기 시스템이 댕냥이 털까지 빨아들여주지는 못합니다. 실망한 에디터에게 박 대표님이 주신 팁, “큰 공기청정기 하나보단 작은 것 두 개가 나아요”. 하나는 거실, 하나는 안방 이런 식으로 두면 환기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합니다.


슬개골과 고관절을 위한 바닥재




▲미끄럼 방지 코팅

:일반적인 바닥재는 개나 고양이들에게 미끄럽습니다.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발바닥 면적이 젤리 네 개를 합쳐도 자그마한 데다 종종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슬개골 탈구를 앓는 댕댕이들에겐 최악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반려견주택연구소가 짓는 집에는 미끄러움을 방지해주는 코팅이 무조건 들어갑니다. “반려견 관절질환 원인의 70%는 미끄러운 마루 때문이에요. 특히 펫샵 출신들은 관절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에요”라는 박 대표님 말씀. 간식 준다고 뛰게 했다가 슬개골 탈구가 심해지고, 소파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다가 살짝 미끄러져서 고관절 부상을 입고...

양평동 펫앤스테이에서도 양말 밑으로 느껴지는 바닥의 질감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플라스틱에 고무를 섞은 듯한, 그래서 양말을 신은 채로 문워크를 한다면(실제로 해본 건 아닙니다) 상당히 뻑뻑할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캣선반을 이리저리 달기 좋게 설치된 타공판(왼쪽)과 펫앤스테이 입구에 마련된 세족실·배변처리실. 배변처리기의 뚜껑을 열고 변기물 내리듯 흘려보내면 됩니다. /사진제공=반려견주택연구소


▲세족&배변처리

:펫앤스테이 1층에 들어서면 세족&배변처리실이 있습니다. 산책하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발을 씻기고 들어갈 수 있도록요. 배변봉투의 내용물은 배변처리기(변기처럼 생겼어요)에 내려보내면 되니까 집 안까지 들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망우동 펫빌라 현관에도 세족시설이 있어서 특히 눈·비오는 날 완전 유용할 것 같았습니다.

▲배관

:일반 주택이든 고급 호텔이든 기본적으로 배관의 지름은 50mm. 근데 반려견주택연구소는 75mm를 씁니다. 그래야 동물 털(가뜩이나 유분기 때문에 뭉친다는 특징이 있음) 때문에 배관이 막힐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박 대표님과 반려견 뭉치의 행복한 한 때. /사진제공=반려견주택연구소


이밖에도 동물들의 소음 스트레스와 이웃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건물 전체 방음시설, 문마다 조그맣게 달린 댕냥이 전용 문, 목욕시키기 편하게 낮은 위치에 추가로 달린 샤워기, 활동적인 댕댕이들을 위한 옥상 운동장, 혹시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댕냥이가 타고 있다고 알려줄 수 있는 엘리베이터 펫버튼까지. 반려동물용 주택은 참 구석구석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디터가 사심을 품고 물어봤습니다. 똑같은 집을 짓는다고 할 때 일반 주택과 반려동물 주택의 비용 차이는 얼마나 되냐고요. 박 대표님은 “오피스텔이라면 펫오피스텔이 7% 정도, 단독주택이라면 펫주택이 12% 정도 더 비싸다”고 답해주셨습니다. 물론 어떤 집이든 짓는 데 억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니까 1, 2%도 액수가 크긴 하겠지만 생각보다는 괜찮다 싶었습니다. 앞으로 펫주택이 유행해서 다양한 반려인들의 수요가 충족되길 바라며 인터뷰를 끝맺었습니다.

반려견주택연구소 덕분에 반려동물들의 ‘의’ ‘식’뿐만 아니라 ‘주’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덕분에 좀더 강력한 반려인(!)으로 거듭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지구용 레터를 구독하는 지구용사님들도 같은 기분이시길 바라며, 전국 댕냥이들, 막둥이들의 더 편안한 일상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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