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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자금시장 초토화시킨 '탈원전'

양철민 경제부 차장





‘탈원전’ 정책의 여진이 회사채 시장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분을 각종 제도를 변칙적으로 활용해 이후 정권에 떠넘겼다. 당시 정책결정자들은 탈원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이런 ‘분식(粉飾)’의 여파가 국내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현재 기업은 돈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서민은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전 정부는 ‘탈원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전기요금을 5년 내내 사실상 동결했다. 정부 추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탈원전으로 늘어난 전력 구매 비용 손실액은 10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한울 1·2호기 등 여타 원전 준공 지연에 따른 비용까지 더할 경우 손실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탈원전에 따른 국민 비용 부담분을 낮추는 데만 골몰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올 1월부터 반영해야 하는 2022년도 전기요금 인상분(1㎾h당 9원 80전)을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인 올 4월과 10월에 나눠 반영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을 억누르며 지난해 첫 도입된 ‘연료비연동제’를 무력화했다.



부담은 결국 한전 몫이었다. 전기요금을 제때 올려 받지 못한 한전은 회사채를 대거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최고 신용등급의 한전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다 보니 여타 기업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돈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은 대출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전채 급증에 따른 부작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 정부 관계자들은 한전채 발행 급증의 가장 큰 이유가 ‘글로벌 연료 가격 상승’이라며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벌 연료비 급등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반면 탈원전에 따른 한전 채무 급증과 전력 시장 왜곡 등은 이전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책 운영 방법에 따라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한전채 사태’가 정책결정자의 계속된 오판으로 한국 경제의 안정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선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민의 반발을 이유로 최소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동해안 송변전 선로 건설을 사실상 방치했다. 원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방안도 이후 세대에 떠넘겼다. 치적 홍보를 위해 미래 가용 자원을 상당 부분 끌어다 썼던 이전 정부의 정책으로 후세대의 한숨은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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