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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5% 넘어선 CP금리…‘제2 채안펀드’가 급한불 끌까

◆단기자금시장 경색 여전

회사채 대신 CP시장 몰리지만

민간수요 위축에 발행여건 악화

A1급 거래금리 7~9%로 뛰기도

증권사들 이달 2250억 1차 집행

중소형사 ABCP 매입 작업 돌입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연 5%를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미이행 등 일련의 사건들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직된 상황에서 돈이 급한 기업들이 만기가 짧은 CP 시장으로 점점 더 몰리면서 금리의 고삐가 풀렸다.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국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CP·전자단기사채 등을 매입하고 있지만 민간 수요가 뒷받쳐주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다. 돈맥경화의 ‘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PF ABCP 시장을 풀기 위해 9개 대형 증권사가 4500억 원 규모의 매입 프로그램을 이달 본격 가동할 예정이어서 그 효과가 주목된다.

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A1급 CP 91일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5.02%로 거래를 마쳤다. CP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09년 1월 15일(연 5%) 이후 13년 10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연 1.55%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CP 금리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함께 서서히 상승세를 타다가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장에선 이미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CP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4일 만기가 6개월 남은 A1급 보령홀딩스 CP와 5개월 남은 A1급 제이에스코퍼레이션 CP가 각각 연 8% 금리에 거래됐다. 이어 7일엔 롯데건설(A2+) CP 3개월물 금리가 7.9%를 기록했다. ABCP의 경우 전날 ‘케이비동탄제일차’를 포함한 A1급 ABCP들이 7~9%대의 조달 금리를 형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9개 대형 증권사의 제2 채안펀드(중소형 증권사 ABCP 매입 프로그램)가 이번 주 신청을 받아 이달 넷째 주 2250억 원의 자금을 우선 집행할 계획을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조성한 4500억 원 자금 중 절반을 활용해 중소형 증권사가 신용공여한 A2- 이상의 부동산 PF ABCP 차환 발행물에 투입된다. 현재 중소형사의 A2 등급 PF ABCP는 한달 사이 금리가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달 7일 유진증권이 신용보강한 A2+등급 PF ABCP는 4.9% 금리가 발행됐는데 이달 7일에는 8.9%까지 올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입 기준을 완화해 거래가 끊긴 A2 등급 PF ABCP를 대부분 사들일 계획이다”며 “다만 위험률을 평가해 손실 충당 의무를 지워 도덕적 해이를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령 PF ABCP의 부실이 현실화해 직접 매입해야 할 경우 위험도가 높은 PF ABCP는 중소형사가 대형사 대비 더 많은 자금을 내놓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2250억 원으로 중소형사의 A2등급 PF ABCP를 모두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형사의 A2-~A2+등급 PF ABCP 규모만 8283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 자금 집행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시장에선 당분간 CP 금리의 추가 상승세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국이 앞서 채안펀드를 조성해 CP·전단채 중심 매입에 나섰지만 민간 수요가 뒷받쳐주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채안펀드를 통한 CP 등 매입 프로그램은 해당 CP가 시장에서 30~50% 정도의 매입을 확보했을 때 나머지를 추가 매입하는 방식을 따르는데 이마저도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나마 발행 여건이 나은 CP로 많이 몰리고 있지만 말 그대로 ‘그나마’이지 수요가 없어 발행 여건이 좋지 않은 건 매한가지”라며 “정책 효과가 나기 전까진 금리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역시 단기 자금시장이 진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CP 금리가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엔 추가 개입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 안정펀드가 건설사 보증 CP를, 산업은행이 회사채와 CP, 한국증권금융이 증권사 CP를 매입 중인데, 필요 시 시장을 좀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안펀드의 캐피털콜(자금납입요청)은 이르면 이번 달 안,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2조 5000억 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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