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하기 전까지 구속 등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검찰의 시도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법원에 의해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보석 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주거제한만 있고 외출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데다 전자장치를 훼손했을 때 처벌할 근거도 없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 석방됐다. 조건은 보증금 3억 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 등이었다.
검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김 전 회장이 중형에 대한 우려로 선고기일이 다가올수록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법원에 구속 신청을 계속해왔다.
검찰은 우선 별건 혐의 구속영장 카드를 꺼냈다. 서울남부지검은 9월 14일 비상장 주식과 관련한 91억 원대 사기 혐의로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한 차례 불출석하자 도주를 우려해 같은 달 20일 구인영장도 집행했다.
하지만 법원은 같은 날 김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보석 이후 1년 넘는 기간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후 검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수감생활을 한 이들로부터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구속사유를 보강해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달 12일 “보석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존중돼야 하고 보석 이후 현재까지 취소사유(도주나 증거인멸)에 해당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장치 부착 등을 조건으로 보석 결정이 된 점 △보석 결정보다 이전의 범행으로 이번 사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 △이미 기소된 관련 사건의 범죄사실이 훨씬 무거워 보이는 점 △보석 석방된 후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두 차례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애초 석방 당시로 돌아가 보석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지난달 26일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틀 뒤 열린 공판에서 “보석을 취소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온 라임 사건 주범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재판 기간 중 성실히 출석했다는 점이 선고기일 출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 전 회장이 밀항 준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폰에 대해서도 통신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날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결심공판을 1시간 30분 앞둔 오후 1시 30분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장치를 끊었다. 법원은 이날 도주 사실이 알려진 후 보석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김 전 회장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검찰은 최근 결심공판을 앞두고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사임하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되자 보호관찰소에 그를 24시간 밀착 감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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