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개전 직후 러시아에 점령됐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사실상 수복했다. 수도 키이우 수성, 동부 하르키우 수복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로 평가된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주요 정보국은 "헤르손이 우크라이나의 통제 하로 돌아오고 있다"며 "우리 군이 도시에 진입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일부 지역에서 드니프로강 서안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헤르손주 행정부 부수반인 세르히 클란은 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헤르손 수복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러시아군이 민간인으로 위장해 헤르손에 머물고 있다면서 "군이 시를 확보할 동안 주민들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클란은 "러시아군 다수가 헤르손을 떠나려다 드니프로강에서 익사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후퇴하면서 헤르손의 유일한 교량인 안토노우스키 다리와 지역의 발전소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방송과 소셜미디어에는 헤르손에 있는 안토노우스키 다리가 교량 상판 수십m가 사라지는 등 두 군데에 걸쳐 무너진 모습이 공개됐다.
약 1.4㎞ 길이의 이 다리는 헤르손주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에 2개뿐인 교량 중 하나이자, 헤르손시와 남부 러시아 점령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다.
이에 따라 드니프로강을 건너 러시아군을 추격하고 추가로 영토를 수복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 역시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 군이 헤르손에 접근하고 있고, 특수부대는 벌써 도시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헤르손 서쪽 블라호다트네의 한 마을에 진입해 버려진 러시아군 진지를 수색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숙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한 창고에서 러시아군 군복과 통조림, 책 등이 헝클어진 채 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근처의 다른 창고에는 수백 발의 러시아군 박격포탄이 들어 있는 녹색 나무상자들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언제든 발사할 수 있게 뇌관까지 장전된 박격포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수색하던 우크라이나군 이병 세리이는 "러시아군은 서둘러 떠났다"며 "이 포탄을 우리에게 쏘려고 준비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 초 이곳을 점령했으며, 지난 9월 말에는 이 지역을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다른 점령지와 함께 러시아 연방의 영토로 편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선언 직후인 지난달 하르키우주를 수복한 데 이어 헤르손 탈환 공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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