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등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조달처를 아시아에서 미국 애리조나로 옮긴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유럽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독일에서 엔지니어 및 소매판매 직원들과 진행한 내부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쿡 CEO는 “애리조나 공장은 2024년부터 반도체를 양산한다”며 “따라서 반도체 조달처를 미국으로 바꾸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가 언급한 애리조나 공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건립 중인 공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도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과거 애플이 인텔에서 공급받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양사가 결별한 점을 감안하면 인텔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쿡 CEO는 “유럽 내에서는 유럽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조달해야 한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내 반도체 공급망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애플은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대부분을 TSMC 대만 공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AP의 6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 쿡 CEO는 회의에서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에서 조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애리조나 공장이 애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애리조나 공장은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월 2만 개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인데 애플은 3나노의 미세 공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TSMC는 12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입하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4년부터 5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며 이 공장 인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수개월 내 공표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애플은 중국에 치우친 스마트폰 생산을 인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의 제프 필드핵 총괄은 “인도 등 중국 외 국가에서의 아이폰 생산 비중은 아직 극히 작은 수준”이라며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애리조나 공장 활용은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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