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A1 증권사 전단채 금리 한달만에 2배 뛰어…"연말 혼란 우려"

[안풀리는 돈맥경화]

◆자금시장 경색 심화

매달 2조 한전채에 자금난 고조

증권사는 고금리 단기물 쏟아내

정부 대책에도 시장불신 안꺼져

서울 아파트 매매건은 77% 급감

토지 거래도 10년전 수준으로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냉기가 돌고 있다. 국채금리가 진정됐지만 기업어음(CP)금리가 5%를 웃돌고 우량 회사채와 국채금리 간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인 160bp(bp=0.01%포인트)로 벌어졌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길이 그만큼 좁아졌다는 의미다. 한전채는 ‘발행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이달에 이미 2조 원 넘게 발행되며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기존 주택 매매와 신규 분양에서 매수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차를 두고 자금 시장 경색이 풀릴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엄혹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16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우량 등급인 AA-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416%를 기록해 국고채 3년물(연 3.808%)과의 신용 스프레드가 160.8bp로 벌어졌다. 이는 2009년 5월 6일(165bp)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50bp 선에 머물던 신용 스프레드는 9월 말 100bp를 돌파한 후 연일 폭을 키워가고 있다. 통상 회사채는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채와 등락이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장에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이 퍼지며 국채와의 금리 차가 벌어지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국면에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크레디트물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 회사채 발행까지 온기가 이어지기에는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돈 가뭄을 심화시키는 한전채는 여전히 매달 2조 원 이상 발행되고 있다. 최근 금리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초우량 등급의 한전채 발행량이 줄지 않으면서 그 아래 회사채들이 구축(驅逐)되는 상황이다. 한전채는 전일 4700억 원어치가 발행되며 이달 들어서만 2조 원가량 찍혔다. 올해 한전채 누적 발행액은 26조 원으로,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발행액의 2.5배에 달한다. 올 1월 2.71% 수준이던 장기채 평균금리는 3월 들어 3%로 올라섰다. 이어 6월 4.09%, 9월 5.03%, 11월 5.95% 등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한국전력은 연말까지 은행에서 2조~3조 원가량을 빌려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전이 매달 2조 원씩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발행 규모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자금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고금리를 제시하며 ‘빨판’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한국투자증권(A1)이 발행한 만기 2개월 전자단기사채금리는 6.04%로 지난달 11일 발행된 한국증권금융(A1)의 2개월물(2.7%)과 비교해 금리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A2 등급)의 발행금리는 이보다 높다. 부국증권(A2)이 14일 발행한 1개월물은 6.2%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7일 발행한 3개월물은 11일 6.84%에 유통됐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채권 수요가 적은 데다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아 당분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과 주택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지고 있다. 지난달 투자자 예탁금 평균액은 48조 6190억 원으로 2020년 7월(46조 5090억 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50조 원을 밑돌았다.

금리 인상에 대출 비용이 높아지며 아파트 매매도 거래절벽에 내몰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사철 성수기인 9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건수는 단 613건에 불과했다. 이는 월별 통계가 공표된 이래 가장 적은 건수로 지난해 9월 2691건과 비교해 77.2% 감소한 수치다. 집계 기간이 남은 10월과 11월 거래량도 이날까지 각각 475건, 58건에 그친 상태다.

‘돈맥경화’가 심화되며 부동산 개발 사업의 원자재 격인 토지 매매 거래도 약 10년 전 수준으로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토지 매매 거래는 8만 5634필지로 넉 달 연속 감소했다. 이는 2013년 1월(8만 5278필지)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같은 달(15만 6975필지)과 비교하면 45.4% 줄어든 것이다. 건축물이 딸린 부속 토지가 아닌 맨땅인 ‘순수 토지’도 6만 5781필지만 매매 거래돼 2013년 9월(5만 6767필지)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연말 자금 시장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연말 결제 수요 등으로 자금 시장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수요와 공급이 팽팽하게 맞선 자금 시장은 연말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작은 불씨가 시장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벤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