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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FC 메시'로 불린 '바르사'…그렇게 몰락은 시작됐다

■바르사

사이먼 쿠퍼 지음, 틈새책방 펴냄

세계 첫 협동조합 시민구단으로

토탈풋볼·유소년 시스템 등 구축

위대한 축구 클럽 중 하나였지만

메시 위해 감독·선수·전술 희생

고액연봉으로 재정난까지 가중

그가 떠난 지금 경쟁력 잃고 쇠퇴

5일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알메리아의 라리가 경기에서 제라르 피케가 자신의 마지막 홈 구장 경기를 가졌다.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만든 유소년 육성 시스템 ‘라 마시아’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럽 그 이상의 클럽’ FC바르셀로나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클럽 중 하나다. 스페인 1부 리그 라리가 우승 26회, 국왕컵 우승 31회, 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에 빛나는 이 위대한 구단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 축구팬을 넘어 세계 축구팬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이면 수억 명의 팬이 경기를 지켜본다.

바르사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를 배출했으며, 요한 크루이프·호나우두 같은 레전드들이 거쳐간 구단이기도 하다. 토탈 풋볼과 티키타카를 바탕으로 한 전술은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바르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두 번의 트레블을 차지하며 축구 역사상 최강의 팀으로 군림했다. 홈구장 캄 노우는 10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 전용 구장이다.

이들의 위대함은 축구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바르사는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팬들의 자금에 의해 구단이 운영되고, 회장도 팬들이 직접 선출한다. 스페인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카탈루냐의 대표 클럽인 바르사는 단순한 축구 클럽이 아니라 카탈루냐인들의 자부심 그 자체다.



그런 바르사가 2010년대 후반부터 몰락하고 있다. 2019-20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바르사는 8골을 내주며 처참히 무너진다. 팬데믹이 찾아오며 재정난은 심화됐고, 클럽의 상징 메시는 구단을 떠났다.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신간 ‘바르사’는 바르사가 어떻게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로 시작해 현재 바르사가 겪고 있는 부진과 쇠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르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요인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



지금의 바르사 시스템을 정립한 것은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다. 그는 토탈 풋볼을 축구에 도입시킨 선구자였을 뿐만 아니라 구단 시스템 확립에도 크게 공헌했다. 바르사의 유소년 시스템 ‘라 마시아’의 토대를 만든 것이 크루이프다. 바르사의 전성기였던 10년 전 이들의 스쿼드 대부분은 영입 선수가 아닌 유소년 출신의 선수로 채워졌고, 감독과 코치마저도 유스팀 출신이었다. 2010 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의 결승전 베스트 일레븐 중 7명이 라 마시아 출신이었다. 당연히 팀워크는 잘 맞을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은 팀 스타일에도 쉽게 적응이 가능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FC바르셀로나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전성기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구단들도 바르사 스타일의 유소년 스타일을 도입했고, 유일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에 라 마시아의 경쟁력은 이전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 전성기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 바르사의 DNA를 타 구단에 이식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였다. 발롱도르를 7회 수상한 메시는 너무 큰 존재가 됐고, 바르사는 메시를 위해 감독·선수·전술 모두를 희생시켰다. 메시 중심의 전술로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는 무너졌고, 라 마시아 선수들도 1군에 올라와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존재감이 너무 커지니 연봉도 크게 올랐다. 바르사의 1년 최고 매출은 11억 달러 수준인데 선수단 연봉 총액이 7억 유로를 넘길 정도였다. 이 중 메시의 연봉이 1억 5000만 달러 이상이었다. 팬데믹에 재정난이 가중화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메시가 구단을 떠났다.

저자는 “일반적인 회사가 거대 축구 클럽에서 배울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일반 회사는 고위 간부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그 공백을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지만, 축구 클럽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바르사 전술의 상징이었던 미드필더진 차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의 노화와 공백은 대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축구에서 시스템은 퍼포먼스보다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뛰어난 선수를 대체할 수는 없다.

바르사의 위대함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은 전성기의 바르사가 보여준 축구 철학을 기억하고 있고,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위기에 처한 바르사가 다시 위대한 클럽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방법은 다시 시스템이 될 지 주목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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