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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美판매 확 줄고…도미노 파업·눈덩이 대출까지 '그로기'

■韓 기업 경영 사면초가

美 IRA 시행 이후 보조금 못 받아

기아 EV6 판매량도 46%나 줄어

EU '유럽판 IRA' 추진, 수출 위협

기업 대출 증가폭 사상 최대 수준

대외위협에 손잡아도 모자랄판에

노조는 연쇄 파업으로 발목 잡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위치한 SK실트론 공장을 찾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에 따른 타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 와중에 주요국들이 자국 보호주의로 돌아서면서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복합 위기에 더 취약한 상태다. 이익은 줄어드는데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돈줄까지 마르면서 기업대출금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 장기화 등 노동계의 단체행동까지 곳곳에서 고개를 들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1일(현지 시간) 현대차(005380)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1191대, 하이브리드 차종 아이오닉 2대 등 이 회사의 11월 아이오닉 모델 판매량은 총 1193대에 그쳤다. 이는 10월의 아이오닉 모델 판매 대수(1580대)보다 24.5%나 감소한 수치다. 기아(000270)의 전기차 EV6도 11월 미국 시장에서 641대밖에 팔지 못했다. 판매량이 10월(1186대)보다 46%나 줄어들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이같이 동반 부진한 것은 8월 중순 발효된 미국 IRA의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IRA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아직 미국 현지 공장을 짓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 현상은 8월 이후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모델 판매량은 8월 16일 IRA가 시행된 직후부터 8월 1517대, 9월 1306대, 11월 1193대로 감소했다. 판매량이 반등한 것은 10월(1580대)이 유일했다. 기아의 전기차인 EV6도 8월 1840대, 9월 1440대, 10월 1186대, 11월 641대 등으로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7500달러)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적어도 3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세울 전기차 전용 공장이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전기차 전용 공장이 아닌 기존 미국 공장에서 일부 물량을 생산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이달부터 제네시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내놓은 ‘2023년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 기업의 자동차 수출 판매가 IRA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IRA에 반발하는 유럽연합(EU) 역시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 원자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추진하며 우리 수출길을 위협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제도이지만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업종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IRA에 대한 미국·EU 태스크포스(TF)의 활동을 고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보호무역으로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기업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3분기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조 원 늘었다. 올 2분기(234조 6000억 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업대출은 그동안 가계대출보다 규제가 덜했던 데다 최근 회사채 발행까지 어려워지면서 확대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창고에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공장 가동률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산업생산(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대비 1.5% 줄어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생산이 4개월 연속 떨어진 것은 2020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재고는 9월보다 1.4% 축소됐고 제조업 가동률은 72.4%로 2020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위기로 민관이 합심해도 어려운 판에 노동계는 지뢰밭 같은 파업 행렬로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화물연대 총파업에 힘을 싣겠다며 이달 동시다발적인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329180)·삼호중공업·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는 6일 오후 4시간, 7일 7시간 파업을 단행한 뒤 13일부터는 전 조합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재 △기본급 8만 원 인상 △격려금 300만 원 △주택 구매 대출 상환 15년 연장 △치과 진료비 연 5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00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회사다. 3분기 현재 평균 가동률도 63%에 불과하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판을 대량으로 입고했는데 이를 처리할 인력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선제적 대처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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