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1주택 소유자로 알아왔던 필자가 졸지에 2주택 소유자로 ‘부자세’라는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됐다. 나는 서울에 공시가격 6억 원이 조금 넘는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1주택이면 기본공제 11억 원, 다주택은 6억 원이어서 6억 원을 넘는 부분만큼 종부세를 내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충남 서천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500여 평의 텃밭이 있다. 국도 변에 위치해 예부터 집을 짓고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60~70년 전 생전의 부친은 이들에게 30평 안팎의 터를 빌려줘 집을 짓고 살게 해 집주인이 여러 번 바뀐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
그 집 중의 하나가 나를 1세대 2주택자로 만들었다. 10여 년 전 나는 텃밭 소유자의 명의를 아내로 바꿨는데 동거인 소유의 토지 위에 들어선 건물은 세대주인 나의 건물로 간주된다는 재산세법 규정에 의해 2주택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내가 낸 토지분 재산세에는 토지분 외에 건물분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국세청의 논리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건물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내가 명백하게 타인 소유인 주택의 일부나마 보유하는 꼴이니 말이다. 국세청은 토지 소유자의 명의가 아내인 것이 문제라고 한다. 명의가 세대주인 나라면 종부세법 8조의 1주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저가의 지방 주택’ 등 네 가지 특례에 해당되는데 배우자 명의여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설명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를 경우 건물 소유자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일이 그처럼 복잡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건축물대장을 떼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주택분 종부세인 만큼 부과 대상자를 주택의 실소유자로 단순 명료하게 하는 것은 조세의 단순성 원칙에도 부합된다. 재산세 납세를 통해 토지와 건물의 상관관계를 따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재산세법의 이 애매한 조항은 왜 만들어진 것일까. 아마도 가족 간의 과도한 탈법적 주택 보유를 막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이는 현행 종부세법에서도 부부 공동 명의의 주택에 대해 1주택 적용 여부를 세세히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공동 명의의 주택이라도 세대주의 지분이 배우자보다 많거나 같으면 1주택으로 인정하지만 배우자의 지분이 많으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배우자가 별도 명의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1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경우처럼 명확히 주택의 소유관계를 따져 특례 해당 여부를 결정한다면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 나의 경우는 배우자가 자기 명의의 토지분 재산세를 납부한 게 전부다. 그 토지 위 건물의 소유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위법적인 과다 주택 보유 목적과는 더욱 관련이 없다.
국세 행정이 이렇게 허술한 논리로 집행되고 있는 것에 말문이 막힌다. 대도시의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 보유자를 중과하겠다고 도입한 종부세가 농촌의 작은 땅을 상속받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있지도 않은 남의 집까지 소유를 강요해 세금을 내라니 이것이 입법 취지에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122만 명, 과세 금액은 4조 1000억 원으로 집값 상승 여파로 인해 대상자와 금액이 크게 늘었다. 부자세에서 중산층세로, 수도권세에서 전국세로 변질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부자들의 세금을 서민 복지에 쓴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한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과세 대상을 차츰 넓혀가고 징세를 영구화하는 경향이 있다. 종부세의 존폐를 심각히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