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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화물연대에 손발 묶인 공정위의 마지막 카드

경제부 박효정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부터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사흘 연속 허탕을 쳤다. 화물연대본부가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노조를 조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건물 진입을 저지하자 공정위 조사관들의 손발은 꽁꽁 묶였다. 문재호 공정위 대변인은 “지금까지 진입 자체를 이렇게 장기간 막으면서 심각하게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되면 조사 방해 행위로 형사 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화물연대는 요지부동이었다. 공정거래법은 조사를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으로 거부·방해 또는 기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손발이 묶였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이 마지막 카드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7월 구성한 ‘범부처경제형벌규정개선태스크포스(TF)’에서 위계나 폭행 없이 단순히 공정위 조사를 거부한 데 따른 벌금·징역형을 행정 제재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사태에서 보듯 위계·폭행 없이도 충분히 중요한 증거를 인멸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까지 낮추면 조사 방해는 더 빈번해질 수 있다.

공정위가 2011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조사했을 때 조직적인 조사 방해 행위가 이뤄지자 고(故) 이건희 회장이 격노한 일이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잘못 여기는 직원들이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히 자기반성하고 확고한 재발 방지 노력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에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의 말처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심인이 떳떳하다면 조사를 받고 무혐의를 소명하면 될 일이다. 조사 방해에 대한 형벌을 없애자는 주장이 화물연대처럼 조직적인 조사 방해 행위를 하겠다는 의미로 들리는 이유다. 결국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는 점만 더 분명하게 드러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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