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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KB증권, 12년 연속 회사채 발행 1등 '금자탑'

시장한파 뚫고 SK·SKT 단독 수임

올 공모 회사채 7.5조원 발행 주관

'7.2조 실적' NH증권 추격 따돌려





올해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KB증권이 채권발행(DCM) 시장에서 1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냉각됐지만 KB증권이 SK텔레콤(017670) 회사채의 강세 발행을 이끄는 등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해 ‘DCM 최강자’로서 실력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총 7조 5618억 원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7조 1958억 원의 발행 실적을 쌓은 ‘라이벌’ NH투자증권을 따돌리며 2011년부터 이어져온 DCM 주관 1위 타이틀을 지켜냈다. 3위는 한국투자증권(4조 6228억 원)이 차지했고 SK(034730)증권(4조 4125억 원)과 신한투자증권(3조 411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KB증권은 회사채에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합치면 올해 총 9조 2956억 원의 공모채 발행 실적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이 총 7조 9328억 원을 주관해 2위와의 격차도 커진다. 회사채와 ABS를 합친 발행 실적도 한국투자증권(6조 2988억 원)과 SK증권(6조 1190억 원), 신한투자증권(4조 7002억 원)이 뒤를 이어 순위는 같았다.

올해 DCM 시장에서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각축전이 유난히 뜨거웠다. KB증권이 상반기 SK루브리컨츠·삼성물산(028260)·한화생명(088350) 등의 자금 조달을 도맡으며 우위를 확보했지만 NH투자증권은 KT(030200)현대백화점(069960) 회사채 발행에 이어 3분기 SK E&S 등 SK그룹의 주요 회사채 발행을 연이어 수임하며 맹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KB증권은 11월 말과 이달 초 하이투자증권·SK·SK텔레콤의 회사채 발행을 단독으로 주관하며 수성에 성공했다. 시중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연기 논란까지 겹치며 회사채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있던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한 시도였다. 10월에는 LG유플러스(032640)한화솔루션(009830) 등 우량 대기업의 회사채가 잇달아 미매각이 나기도 했다.

KB증권은 치밀하게 시장 수요를 파악한 후 지난달 29일 하이투자증권의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발행 규모를 18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늘릴 만큼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모았고 같은 달 30일 SK의 2300억 원 규모 회사채 입찰에서는 8600억 원어치 주문을 동원해 역시 ‘KB증권’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달 초 SK텔레콤의 2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 9350억 원의 기관 자금을 끌어와 시장금리보다 낮게 회사채 금리를 확정, 9월 말 GS에너지 이후 처음 강세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가장 어렵던 시기에 KB증권이 주요 기업의 채권 발행을 단독 주관해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고 내년 초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상당한 동력을 제공한 것은 의미가 컸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이 12년간 DCM 왕좌를 지킨 배경에는 IB 부문을 총괄하는 김성현 KB증권 대표의 연륜과 DCM 분야를 이끄는 주태영 KB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의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KB증권의 전신인 한누리투자증권 시절부터 IB 부문에서 업력을 쌓아온 베테랑으로 1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대표 주관해 KB증권을 DCM과 주식발행(ECM)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주 본부장은 ‘김치 본드(국내 발행 외화 표시 채권)’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시장을 개척하는 등 국내 최고의 채권 전문가로 업계에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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