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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022-XXXX'로 걸려온 수백 통 전화, 알고 보니

연합뉴스




날짜 형식의 휴대전화 뒷번호를 가진 이용자들이 노인들에게 걸려온 전화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받은 안내 메시지의 날짜를 누르면 전화가 걸리는 기능 등 각종 이용자 편의 기능들이 노인들에게는 ‘디지털 문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직장인 이모(25)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하루에 많게는 수십 통씩 수상한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노년층 어르신들이 약국이나 병원인줄 알고 연달아 전화를 걸어와 처음엔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인은 이씨의 휴대전화 번호 ‘010-2022-12○○’에 있었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2022년 12월 ○○일’이 휴대전화 뒷번호 8자리와 사실상 같은 데이터로 인식하는 탓에, 휴대전화 번호와 겹치는 날짜를 전후로 잘못 걸려온 전화가 급증한 것이다.

이씨는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최근 하루에도 몇십 통씩 노인들이 전화를 잘못 걸어오니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며 “스트레스를 받아 휴대전화 번호를 아예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잘못 걸려온 전화는 점점 늘어나다가 뒷번호 네 자리와 일치하는 날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든다고 비슷한 번호를 쓰는 다른 이용자들이 전했다.



‘010-2022-11○○’ 번호를 쓰는 직장인 김모씨(41)도 10월 말부터 한동안 휴대전화에 저장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010’ 전화에 시달렸다.

약국과 병원은 물론 홈쇼핑·택배회사 심지어 ‘족발집 아니냐’고 태연하게 묻는 노인들 목소리에 공포심마저 느꼈다. 뒷번호 네 자리와 날짜가 일치한 날에는 5분에 한 번꼴로 전화가 걸려와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이나 악성코드 감염, 번호 위변작 등 여러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전화를 걸어온 노인 몇 명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난 후 이들이 날짜와 전화번호를 혼동한 사실을 알아챘다.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받은 각종 안내 메시지의 날짜를 그냥 터치하기만 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이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의 각종 숫자에 링크를 걸어 곧바로 전화가 걸리도록 하는 서비스가 착오전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씨에게 잘못 걸려온 전화는 모두 010 번호였고 02 등 지역번호를 쓰는 유선전화는 한 번도 없었다.

‘010 통합번호 제도’도 이 같은 착오전화에 한몫했다. 010을 제외한 나머지 8자리만 입력해도 통신사 기종과 상관없이 통신망 식별번호가 자동으로 붙어 전화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기능도 착오전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단말기 자체 기능일 뿐 통신 서비스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년층의 부족한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넓은 범주의 ‘디지털 소외’로 보기도 한다”며 “착오전화의 경우 명확한 디지털 소외 현상으로 보긴 어렵지만, 전화를 거는 노인들과 번호 이용자들이 유사한 사례로 당혹스럽지 않도록 카카오톡이나 메시지 기능을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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