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초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 미 에너지부는 13일(현지 시간) "중요한 과학적 돌파구" 를 마련한 관련 연구성과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처음으로 '순 에너지 생산(Net Energy Gain)' 달성에 성공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순 에너지 생산은 발전 과정에서 투입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수소 핵융합 발전의 관건은 초고온·초고압이 가해진 플라즈마(기체가 이온·전자·중성입자 등으로 쪼개져 이온화된 상태)를 특정 공간 내에 충분한 시간 동안 가두는 것이다. 이 같은 '가둠' 과정을 인공적인 실험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돼왔다. 태양 등 항성에서 중력으로 인해 자연 발생하는 것과 달리 인위적으로 섭씨 1억 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여기에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LNL 내 국립 점화 시설(NIF)은 그동안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빔을 핵융합 연료 캡슐에 집중 시켜 '가둠'을 실현하는 '관성 가둠' 방식의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순 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로 미국은 깨끗한 에너지를 무한정 창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WP는 핵융합 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폐기물이 대거 발생하는 핵분열(원전) 발전이나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력발전과 달리 오염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에너지원이 수소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력 공급이 무제한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핵융합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이 '셰일 가스 혁명'에 이어 또 한 번 에너지 기술 패권을 잡고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성과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LNL의 수석 에너지 기술자인 훌리오 프리드만은 핵융합 발전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CNN에 "향후 20~30년 동안은 기후 변화 대응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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