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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실종’ 논란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차세대 무역협정' 표방하는 IPEF

구속력 떨어져 실효성 의문 커져

아세안·印 '앙꼬 없는 찐빵' 취급

민주당 내에서도 정책 변화 요구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월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앞으로 10년이 세계 질서를 재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5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투자·연대·경쟁(invest·align·compete)’ 전략을 공개 연설에서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 역시 ‘투자·연대·경쟁’ 기조로 정리돼 있다.

투자 전략은 지난해 11월 제정된 인프라투자법, 올해 8월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에 의해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과 국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인 논란이 된 전기차(EV) 보조금과 같이 자국 기업에 편향적인 규정 도입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동맹국과의 연대 전략은 추진력이 약한 편이다. 미국 혼자서 중국을 견제하기보다는 동맹국 연대를 통해 중국 견제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시점부터 이 전략을 강조해왔다. EU와는 무역기술이사회(TTC)를, 인도태평양(인태) 지역과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추진하고 있다. TTC는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IPEF는 삐걱거리고 있다. 이번 주 호주에서 IPEF 고위급 협상이 개최된다고 하나 미국의 희망과 같이 내년 말 출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자 중심 통상 정책’으로 인해 IPEF에서 시장 접근 분야를 제외시켰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IPEF를 ‘차세대 무역협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세안 국가와 인도는 IPEF 참가로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을 확인하지 못해 ‘앙꼬 없는 찐빵’ 쯤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에서도 IPEF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화당은 구속력 있는 무역협정 추진을 주문하고 있다. 무역촉진권한(TPA)을 부활시키고 시장 접근을 IPEF에 포함시킬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주도함에 따라 앞으로 IPEF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 시장 접근을 IPEF에서 제외시켰지만 이는 미국이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통상 정책 실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좋게 설명해도 IPEF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은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이 실책임을 인식했고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WTO 탈퇴를 수차례 언급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 질서 창설을 대외 전략으로 정했다.

노동자 중심의 통상 정책이 유지되는 한 새로운 무역 블록을 창설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WTO든 무역 블록이든 시장 접근이 무역협정의 핵심이다. TPA 없이 협상함으로써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구속력 없는 협의체 출범을 생각하겠지만 미국이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협정은 국제적인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국내법 저촉 없이 행정명령 서명으로 파리협약을 전격 탈퇴한 바 있다.

11월 중간선거로 하원을 주도하게 된 공화당은 통상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키울 것 같다.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시장 접근이 배제돼 있다고 해서 의회 견제 없이 IPEF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노동자 중심의 통상 정책 포기까지 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지만 집권 하반기 바이든 행정부는 적지 않은 압력을 받을 것 같다. 지난 중간선거 결과로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됐다. 조지아주 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상원 51석을 확보함으로써 의회 권력을 분점하게 됐고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노릴 가능성도 커졌다. 재선 도전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동맹국 연대 전략에 성과를 내고자 하겠지만 ‘통상 정책 실종’ 논란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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