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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 다한 커피캡슐, 예술로 다시 피어나다

최정화 작가, 네스프레소와 협업

폐 커피캡슐 재료로 신작 선봬

22일까지 '플랫폼엘'에서 전시

네스프레소의 커피캡슐을 재활용해 제작된 최정화의 '민들레'가 22일까지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조상인기자




네스프레소의 커피캡슐을 재활용해 제작된 최정화의 '민들레'가 22일까지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조상인기자


찬 바람이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 색을 바꿀 때마다 꽃은 모습을 바꿔가며 빛난다. 금속성 소재라 빛을 더 찬란하게 튕겨내는데, 커피브랜드 네스프레소의 커피캡슐이 재료가 됐다.

쓸모를 다하고 버려질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현대미술가 최정화(61). 소쿠리·냄비·쿠킹호일·폐현수막 등 허름하고 낡은 재료들을 화려한 예술로 바꿔놓으며 소비시대의 욕망과 집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다. 오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새 생(生), 비타 노바(VITA NOVA)’ 전시는 최 작가의 손을 빌려 예술로 새 삶을 얻은 네스프레소 캡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현대미술가 최정화가 네스프레소 캡슐을 녹여 만든 괴를 쌓아 탑처럼 만든 '기둥은 기둥이다' 옆에 서 있다.


민들레는 발길에 채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나 홀씨로 흩날리면서도 반드시 살아남는 강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민들레 홀씨에서 착안한 최정화는 보잘 것 없는 연약한 재료로 작업해 소행성을 방불케 하는 강력한 존재로 환생시킨다. 2018년 MMCA(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돼 전국에서 모은 그릇들로 제작한 높이 9m의 ‘민들레(民土來)’, 최근 카타르월드컵을 위해 축구공과 헬멧으로 만든 12m 지름의 ‘공존 공생(Come Together)’과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을 위해 작가는 커피 캡슐을 씻어 닦고 말리는 일주일의 작업과 손으로 구기고 망치로 두드린 다음 핀으로 고정시키는 고달픈 과정을 거쳤다.

네스프레소의 커피캡슐을 재활용해 제작된 최정화의 '인피니티' 모습.




캡슐을 연결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만든 작품 앞에서 몇몇 관람객은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며 예상 외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사실 오토니엘보다 최정화가 먼저였다. 최 작가는 흰색 고무신을 줄줄이 끼워 유려하게 꿈틀대는 용의 형상을 방불케 한 ‘고무신 용됐다’ 등 영원히 이어지며 순환하는 ‘인피니티’ 연작을 일찍이 선보였다. 냄비·식기 등 기성물품을 이어붙이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기법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 대해 “너 없는 나도 없고, 나 없는 너도 없다”라고 강조한 작가는 “삶과 죽음, 옛 것과 새 것,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 혹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네스프레소 커피캡슐을 재활용해 제작한 최정화의 '기둥은 기둥이다' 전시 전경.


형형색색의 캡슐 뿐만 아니라 캡슐을 녹여 만든 알루미늄 괴를 층층이 쌓아올린 탑 형태 작품에는 ‘기둥은 기둥이다’란 제목이 붙었다. 소원을 빌며 쌓던 돌탑에는 선조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기지만, 위로만 쌓아올린 탑은 무너지기도 쉽다. 소반·싸구려 플라스틱 등을 쌓아 올리는 최정화의 탑은 대량생산과 소비,욕망에 대한 집착을 꼬집는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은박 비닐로 뒤덮인 바닥을 가리키며 “위로 쌓여 올라간 탑의 실상과 바닥에 일그러진 허상을 함께 보라”고 권했다.

커피와 현대미술은 통하는 지점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주한 대상을 달리 보게 하는 힘 말이다. 전시는 22일까지지만 네스프레소의 캠페인은 계속된다. 네스프레소는 지난 2011년부터 12년째 한국에서 커피 캡슐을 무상으로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캡슐을 재활용해 제작한 최정화의 '기둥은 기둥이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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