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한 후 주택을 매입했더라도 실거주 목적이라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집주인 A 씨가 세입자 B 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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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20년 10월 수차례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계약이 이뤄지기 전 주택을 매매하면서 집주인이 A 씨로 바뀌었고 A 씨는 B 씨에게 실거주 예정이라며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A 씨는 퇴거를 요청했지만 B 씨가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해 B 씨 승소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원고는 주택 소유권이 없어 실제 주인이라 볼 수 없고 실제 주인의 경우 주택을 이미 팔아 실거주 의사가 없었으니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집 주인뿐 아니라 집주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도 실거주 목적이 있다면 정해진 기간 내(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에서는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2020년 신설된 계약갱신 요구권·거절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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