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행한 가파른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에 몰빵한 서학개미들의 계좌도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특히 올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중 레버리지 3배짜리 상품의 경우 최대 92% 추락한 상품도 포함돼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미국 기술주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1월 3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9개는 기술주와 기술주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증권(ETF)들로 집계됐다. 이들은 모두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서학개미들은 올해 나스닥100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3배 레버리지 ETF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순매수 2위)’를 25억 8459만 달러어치 사들였는데 나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20% 넘게 떨어지면서 해당 ETF는 78.65% 폭락했다.
ICE반도체지수 상승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는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면서 85.17%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이 3억 3079만 달러 순매수한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은 연초 대비 92.31% 떨어지면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ETN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로 대표되는 미국의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이다. 나스닥100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QQQ)(2억 6008만 달러·9위) 역시 연초 대비 32.84% 급락했다.
개별 기술주들의 수익률도 처참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27억 2117만 달러)는 주가가 연초 대비 62.53% 급락했다. 고금리·고물가 등 변동성이 큰 증시 상황에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중국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순매수 5위(5억 1797만 달러)에 올랐으나 주가는 27.27% 하락했다. 이 외에도 서학개미들이 집중 매수에 나선 엔비디아(6억 7184만 달러·5위), 알파벳A(4억 7117만 달러·6위) 등 미국 대표 빅테크주들도 올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39.00~46.04%씩 급락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가 가장 낮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1월 3일 기준 17.47달러였던 주가는 이달 19일(현지 시간) 3.7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무려 78.82%에 달하는 손실이다.
증권가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미국 기술주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박승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으며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함이 남아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경제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국면에서는 성장주·기술주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최소한 내년 1~2분기까지는 미국 기술주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한다”며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선물 등 파생상품이 들어가 있어 장기 투자 시 오히려 불리하며 비용이 3배 이상 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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