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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코샤리





2010년 12월 튀니지 혁명을 시작으로 아랍 일대에 몰아친 민주화 바람은 이집트에도 거세게 불었다. 이집트 시민들은 2011년 1월 반독재 시위를 벌여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끝에 30년 동안 이집트를 지배하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이집트 사람들과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이를 ‘코샤리 혁명’이라고 불렀다.

코샤리는 이집트 서민들이 즐겨 먹는 전통 음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떡볶이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다. 혁명 당시 시위 인파로 가득 찼던 타흐리르광장은 이집트 여행객의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다. 점심때 이곳에 나가보면 코샤리를 파는 푸드 트럭을 쉽게 볼 수 있다. 길가의 웬만한 식당들도 대부분 이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 국가 대표 음식으로 부를 만하다. 코샤리는 콩·쌀·마카로니 등을 섞어서 삶은 뒤 양파와 마늘을 기름에 튀겨 올리고 토마토소스를 부어 맛을 낸다. 주재료로 들어가는 렌틸콩은 이 지역에서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재배한 콩으로 한국의 김치와 함께 세계 5대 슈퍼 푸드로 유명하다. 정해진 레시피가 없어 지역마다 식당마다 요리사마다 맛이 제각각이다. 그래서 어디서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굳이 인증샷을 찍고 싶다면 카이로에 있는 ‘아부타렉’ 식당을 가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코샤리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오른 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이집트 서민들이 가장 값싼 음식인 코샤리조차 제대로 먹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집트의 10월 식음료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0.9% 뛰었고 이 같은 인플레이션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부타렉은 원재료 물가 부담에 코샤리의 예전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한 접시 용량을 줄이고 있지만 매출이 점차 줄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멀쩡한 남의 나라 영토를 침범한 지 벌써 10개월이 넘었다. 이 전쟁 탓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목숨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에너지와 곡물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 재발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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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논설위원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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