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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며칠째 흥얼거리는 건지…넷플 어른동화 '로얄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얄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동명 뮤지컬 원작…영국 박스오피스 1위

철창 속 학교 떠나고 싶은 아이들의 유쾌한 반란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로얄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 사진=넷플릭스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부족함이 없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케 하는 초콜릿 바의 포장이 벗겨지면 ‘로얄드 달’이 적힌 금빛 티켓이 우리를 동화세계로 안내한다. 비록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귀여운 동화의 세계로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뮤지컬 영화답게 귀가 즐겁고, 영화에는 리듬감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몸을 까딱이게 될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로얄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감독 매튜 위처스)는 로얄드 달의 소설 ‘마틸다’(1988)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더 마틸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국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제작하고 ‘크루엘라’, ‘센스 앤 센서빌리티’, ‘러브 액츄얼리’ 등에 출연한 엠마 톰슨이 교장 트런치불 역을 맡았다. 지난 2일 영국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지난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뒤 글로벌 넷플릭스 영화 순위 2위(30일 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차지했다. 한국어 번역을 맡은 영화 번역가 황석희의 절묘한 번역에 국내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은 딸을 원치 않았던 집에 천재 소녀가 태어나며 겪는 일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병원에서 “우리 엄마는 내가 기적이래. 작고 반짝이는 미러볼이래. 나 같은 기적은 없어”라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넘버 ‘미라클(Miracle)’로 시작된다. 그러나 주인공 마틸다 웜우드(알리샤 위어)는 이 아름다움을 비껴간 비운의 아이.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를 두고 “우리 같은 모범시민들이 무슨 죄라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런 참혹한 일이”라며 구박한다. 부모의 관심사는 오로지 돈뿐이다.

마틸다는 외롭고 불행한 현실을 잊기 위해 책과 이야기에 몰두한다. 마틸다의 학교 등록조차 깜빡 잊은 부모들에게 장학사가 찾아오고, 마틸다는 교장 트런치불이 있는 엄격한 학교에 입학한다. 체형부터 거구로 올림픽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규칙을 신봉하고 아이들을 혐오하며, 폭력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인물. 반면 마틸다를 학교로 이끈 자상하고 상냥한 허니 선생(라샤나 린치)은 마틸다의 천재성을 알아봐 준다. 마틸다는 교장의 학대와 통제에 사사건건 대항하며 대립한다. 마틸다는 마술사와 탈출 전문가 부부의 불행한 운명과 그들의 아이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그 이야기와 마틸다의 실제 이야기가 교차되며 어느 순간 맞물린다.





작품은 확실한 강점으로 승부한다. 뮤지컬 넘버와 군무가 주는 리듬감,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동화 같은 알록달록한 미술도 큰 장점이다. 연출 역시 매력적이다. 어린아이의 불행이라는 안쓰러운 요소를 다루면서도 연민만을 요구하는 신파가 아닌, 당차고 뻔뻔한 어린이 반란군으로 그려낸다.

마틸다가 전해주는 부부의 잔혹동화 이야기는 작품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 중 하나다. 마틸다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행위는 무료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느끼기 위해 현실 도피의 수단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사서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쓰냐”라고 물을 정도로 어두운 구석이 있다. 아이를 간절히 바라는 서커스단 부부가 아이가 생기지 않는 슬픔을 잊기 위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묘기에 도전하다 비극을 맞이하고, 이들의 아이가 의붓 이모에게 학대당하는 내용이다.

아기자기한 코미디긴 하지만 가끔 당황스러운 장면도 나온다. 크런치불이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멀리 던져버리거나 고문 기구에 가두겠다고 협박하고, 케이크를 무리하게 먹이는 대목이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넘볼 수 없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거구인데다 학교를 독재하는 인물은 그 존재 자체로 공포를 준다. 그는 규칙을 강조하면서도 뜬금없이 말을 바꾸거나 악행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서 오로지 아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크런치불을 맡은 엠마 톰슨의 연기는 훌륭하고 큰 존재감을 뽐낸다.





전체적으로 뻔뻔하고 귀엽지만 다소 루즈해지는 타이밍도 온다. 부모와 마틸다와의 관계,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다소 무난하다. 결말과 정서는 인상적이지만 이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진다. 다행히도 곳곳에서 나오는 넘버들이 지루함을 던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리볼팅 칠드런(Revolting Children)’이 흘러나오면 몸이 절로 들썩인다. ‘반항적인 시대에 사는 반항적인 아이들’이 펼치는 군무에선 카타르시스를 준다. 마틸다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 학교의 무서움을 설명하는 넘버 ‘스쿨 송(School Song)’도 일품이다. 영어 알파벳 라임을 한국어 자막으로 딱 들어맞게 녹여낸 자막을 읽으면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여워라 에이(A)구, 공주 대접 기대했다간 비(B)참해질 걸’이란 식이다. 그 밖에 다른 넘버들도 탁월하게 번역해 보는 맛을 더했다. 작품에 참여한 번역가 황석희는 시청자들 사이 큰 화제가 됐다.

오프닝에서 나오는 ‘미라클(Miracle)’은 작품의 톤을 확실히 잡고 가는 밝고 명랑한 곡으로 인상을 남겼다. 또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부르는 ‘웬 아이 그로우 업(When I Grow Up)’은 누구나 어릴 적 꿈꿨을 법한 어른에 대한 환상을 그리는데, 해당 장면에서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파란 하늘과 어른이 되고 난 허니 선생의 모습을 교차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어른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동심을 건드리는 동시에 씁쓸해서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시식평: ‘악동이 될 권리’, 반항하는 아이들의 외침

+요약


제목 : 로얄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장르 : 코미디, 판타지, 뮤지컬

감독 : 매튜 워처스

각본 : 데니스 켈리

출연 : 알리샤 위어, 엠마 톰슨, 라샤나 린치

음악 : 팀 민친

제작사 : 워킹 타이틀, 넷플릭스, 트라이스타 픽처스

공개일 : 2022년 12월 25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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