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물가논리'에 고개숙인 '전기료정상화'.. 전국민 이자부담↑[양철민의 경알못]

적정 인상분의 4분의1만 인상.. 한전부담 커져

기재부에 눌린 산업부.. ‘연료비 연동제’ 무력화

한전채 발행 내년에도 ↑.. 자금경색 현상 지속

눈덩이 이자에.. 가계·소상공인 연쇄파산 우려

文정부 ‘묻지마 탈원전’ 관련 비판도 거세져





정부가 물가급등 우려에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9%대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애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요금 인상분의 4분의 1 수준으로 한국전력의 ‘빚 돌려막기’ 경영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예정이다. 원가 대비 낮은 전기요금 구조로 ‘에너지 안보 위기론’이 커질 전망이다. ‘물가 우선주의’를 내세운 경제부처의 맏형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줄곧 ‘전기요금 정상화’를 부르짖었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를 찍어누른 모양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내년도 1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13.1원 인상한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내년도 1분기 가스요금은 동절기 난방수요를 이유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전은 14조원, 가스공사는 10조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며 발전연료 개별소비세 인하, 전력구매가격(SMP) 상한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며 “전기요금은 내년 1분기에 1kWh당 13.1원 인상하고 2분기 이후에는 국제 에너지가격,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인상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매월 307kWh의 고압전력을 사용하는 4인가구의 월 전기요금은 이달 4만3990원에서 내년 1분기에는 4만8010원으로 4020원 가량 오르게 된다. 인상률은 9.5% 수준이다.

예상보다 낮은 전기요금 인상폭에 한전의 재무구조는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애초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1kWh당 51.6원으로 추정했다. 최근 1년새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비 가격이 2배 가까이 인상된데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누적 적자 등으로 요금인상 압박이 상당했다.

한전이 올해에만 30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점과 내년에도 추가 회사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회사채 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이 보다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요금에서는 전기를 많이 쓸 수록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어 요금을 한시바삐 정상화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정 인상분의 4분의1만 인상.. 한전부담 커져


“지금과 같은 요금인상분만으로는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내년도에 한전 회사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추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13.1원 인상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한전의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조 교수의 우려처럼 한전은 올해에만 30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우려된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률도 9.5%로 제한하면서 한전의 ‘회사채 돌려막기’는 상당기간 계속돼야 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한전의 팔을 비틀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도 전기요금을 1kWh당 51.6원 인상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년도 적정 요금 인상폭이 1kWh당 60.5원은 돼야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최근 1년새 글로벌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 발전사 연료비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의 경우 1MMBtu(열량단위)당 18.8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34.0달러로 1.8배 가량 껑충 뛰었다. 석탄가격은 지난해 1톤당 138.0달러에서 지난달 358.4달러로 2.6배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력도매판매가격(SMP)은 지난해 1kWh당 94.3원에서 지난달 189.1원으로 갑절이 됐다. 앞서 내년도 전기요금이 올해대비 50%이상은 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던 이유다.

반면 정부는 1년치 연료비 변동분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전력량 요금 인상분(kWh당 11.4원)과 매년 연초에 반영하는 기후환경요금 인상분(kWh당 1.7원)을 반영해 내년 1분기 요금 인상분을 13.1원으로 틀어막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추산한 내년도 전기요금 인상분(51.6원)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한전 입장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연간 기준 7조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전의 올해 예상 영업손실이 30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손실 감축 효과도 제한적이다.

기재부에 눌린 산업부.. ‘연료비 연동제’ 무력화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기존 대비 2.5배 높이는 ‘한전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소폭의 요금인상 단행은 예정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한전의 자금조달을 위해 내년도 전기요금을 시장 기대치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이었다. 실제 이달 초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던 다음날(9일) 한전 주가는 8.5% 급등하기도 했다. 반면 4분기 전기요금이 발표된 30일 한전 주가는 2.9% 급락했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기획재정부와 ‘전기요금 정상화’를 주장했던 산업부 간의 의견조율과정에서 결국 기재부의 의견이 관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전기요금 결정 당시에도 기재부는 요금 인상분을 대통령 선거 이후인 4월과10월에 각각 나눠 반영하자는 입장이었으며, 결국 기재부측 의견이 채택됐다. 당시 산업부는 한전채 발행량 급증에 따른 자금시장 교란 우려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기재부의 이같은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현재 전기요금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산업부 장관이 기재부와 협의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관련법령과 달리 전기요금 결정과정에서 사실상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양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 출석해 “올해 기준연료비 인상 요인이 1kWh당 50원 정도 형성됐다”고 밝히며 대폭의 요금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전기요금 정상화’ 방안을 결국 관철시키지 못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무력화 됐다. 연료비 연동제는 최근 1년간 연료비 평균인 ‘기준연료비’와 최근 석달간 연료비 평균인 ‘실적연료비’ 등을 기준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반면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관련 산식과 사실상 무관하게 결정됐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전력량 요금을 필요시 갱신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이 같이 연료비 연동제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문구가 들어간 것 또한 기재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비 연동제 하의 매분기별 전기요금 인상폭 또한 산업부와 한전 측은 ±15원을 주장했지만, 기재부가 물가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3원을 고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물가당국의 지나친 개입에 연료비 연동제는 태생부터 정권 입김에 따라 한계가 분명한 ‘반쪽짜리 제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전채 발행 내년에도 ↑.. 자금경색 현상 지속


요금 인상폭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며 한전은 내년에도 천문학적 수준의 회사채를 찍어내야 한다. 한전은 올해에만 전년(10조4300억원)의 3배가 넘는 31조8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은행 등 금융권 차입까지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시장을 흔들었던 ‘레고랜드 발(發) 자금경색’ 또한 기저에는 한전의 무차별 회사채 발행이 자리하고 있다. 한전의 계속되는 회사채 발행으로 내년도 각 기업의 자금확보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경우 시중은행 등 금융권을 통한 자금확보에 주력하게 되며, 이에 따른 자금 확보 경쟁은 시장금리를 더욱 끌어올려 이른바 ‘영끌족’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한층 늘린다. 한전만 틀어막으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전기요금이 결국 각 가계와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연쇄파산’으로 이어지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결국 이 같은 한전 부채 관련 이자는 복리로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의 준조세 부담 급등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에만 이자비용으로 3조원 가량을 지출해야 하며 한전 장기채 평균금리가 올 1월 2.71%에서 10월 5.73%로 뛰었다는 점에서 내년 이자비용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일반적으로는 ‘전기세’라고 부를 정도로 매달 납부해야 되는 성격상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특히 전기요금에 징수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3.7%) 등을 감안하면 준조세로 분류해도 무방하며, 결국 후세대의 전기료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원가 대비 낮은 전기료는 전기사용량 감소 유인을 떨어트려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역대 최악은 5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1년새 2배 가량 급등한 에너지가격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중 95%는 수입산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전기사용량이 10% 감소하면 무역수지가 59% 개선된다는 보고서를 올해 공개하기도 했다.

文정부 ‘묻지마 탈원전’ 비판도 거세져


이전 정권의 비합리적인 에너지 정책 때문에 전기료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에서 설립된 ‘한전공대’에 2031년까지 수천억원의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자금 1조 471억 원 중 6210억 원을 부담해야 하며 향후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최대 2591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전 정부는 한전의 팔을 비트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지는, 국민이 갹출해 조성된 전력기금을 한전공대 운영용으로 투입할 수 있게끔 지난해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전정부의 ‘묻지마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은 매년 수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실제 문재인정부 시절 원전 이용률은 박근혜정부 시절 대비 10%포인트 가량 낮아졌으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및 신규원전건설 계획 백지화 등으로 원전 산업 경쟁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전 이용률 하락과 관련해서는 ‘원전의 경제성을 낮춰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전이 이 같이 빚갚는데 힘을 쏟다 보면 송·배전망 구축 등 전력망 구축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신재생’으로 올해 신재생 발전설비가 원전설비의 1.2배 수준으로 높아져 이들 신재생 설비를 계통망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반면 한전은 올해 전력망 구축 예산을 기존 계획안 대비 4500억원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