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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침체 시대 끝…고물가·고금리·고부채 온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전미경제학회(AEA) 2023 특별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7일(현지 시간) 전미경제학회에 영상을 보내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신이 주장해온 구조적 장기침체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새로운 경제시대가 열릴 것임을 밝혔다.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뉴올리언스=김영필 특파원




‘3분 월스트리트’입니다. 전미경제학회(AEA) 2023이 6일(현지 시간)부터 8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렸습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한 데 모여 미국과 세계 경제 상황, 앞으로의 방향을 점쳤는데요. 오늘은 월요일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제가 뽑은 AEA에서 알아야 할 7가지를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대한 진단이 나온 만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서머스 “중립 실질금리 향후 10년 간 연준 예측(0.5%)보다 상당히 높아…미중 경쟁·고령화·그린 에너지 정부 지출 급증”


이번 AEA에서 알아야 할 7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서머스 “팬데믹이 모든 걸 바꿨다. 구조적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 2차 세계대전 이후 때처럼 오지 않는다. 코로나19에 정부 부채 상당히 증가한 상황 앞으로도 미중 경쟁·고령화·신재생 에너지 투자. GDP 부채비율 35~40%p 증가 시 실질 중립금리 0.8~1%p 상승. 다만, 정부 지출 기회비용 잘 따져 써야”→장기침체를 주장해왔던 서머스가 장기침체로 안 간다고 선언. 비관론이 아닌 새로운 경제시대 도래를 강조

② 퍼먼 “올해 경기침체 있을 것. 다만 부드러울 가능성. 침체 시 연준이 제로금리로 가거나 연방정부가 나서기 어려워. 연준 5% 이상으로 금리 올린 뒤 유지가 가장 확률 높아”→페드풋 없으며 침체 확률 높아

③ 로머 “인플레이션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몰라. 전망 자주 틀려. 인플레이션 타깃 2% 달성 확실한 근거 확인 기다리면 과잉긴축 우려. 인플레이션 타깃(2%) 크게 웃도는 물가에 연준 신뢰도 타격. 인플레 타깃 2.5~3%로 올려야”

④ 리사 쿡 “미 노동시장 견고해. 경기침체 없을 것이라고 전망. 12월 경제전망의 속뜻도 침체 없다는 것”, 보스틱 “물가상승률 연말까지 3% 근처로 하락. 피크 지나. 성장률은 1%, 실업률은 4%대 초반, 기준금리 5% 넘을 것. 침체 발생한다고 안 봐”

⑤ 로고프 “중국 경기둔화와 금리인상 등이 세계경제 질서 바꿀 수 있어. 중국의 중소도시 주택 가격붕괴가 중국과 글로벌 경제 타격 가능”

⑥ 스티글리츠 “2% 인플레 타깃은 완전한 횡포. 2%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가계와 기업에) 더 큰 횡포. 2%에 빨리 도달하려고 하면 값비싼 대가 치를 것”

⑦ “연준, 양적긴축(QT) 기조에 시중은행도 주택저당증권(MBS) 2000억 달러 축소, 주택시장 타격 실제로는 더 커(필립 슈나블 뉴욕대 교수)”, “중국, 50개 신흥국과 통화스왑 개설. 최근 24개국이 사용해 중국의 영향력 강화(카르멘 라인하르트 하버드대 교수)”, “공급망 관리에 이민정책(노동공급), 서비스 등도 포함 넓게 봐야(제드 콜코 미 상무부 차관)”→이민정책의 중요성

우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발언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서머스 전 장관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주장해온 인물입니다. 구조적 장기침체는 대공황기인 1938년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용어로 서머스 전 장관이 2013년 다시 꺼냈습니다. 소득불균형과 수요 및 투자감소 등으로 성장 정체가 지속한다는 건데요. 서머스 교수는 만족스러운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불가능한 금융완화(저금리)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깨기 위해 정부 지출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죠.

리사 쿡(가운데) 연준 이사와 데이비드 로머(오른쪽 두번째)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가 전미경제학회 행사장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뉴올리언스=김영필 특파원


그런 서머스 교수가 이번에 자신의 입장을 바꾼 건데요. 그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꿨다. 시장에는 구조적 장기침체가 기본적으로 반영돼 있지만 나는 우리가 구조적 장기침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과 세계는 상당한 정부 부채를 쌓았으며 일부는 여기에 비관적이지만 나는 여기에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머스는 코로나19 이후 정부 부채가 합리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경우 미중 갈등에 따른 국방·안보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에 따른 의료와 복지비용,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정부 부채 증가는 국채금리를 높게 만들텐데요. 시장금리도 따라 오르겠죠. 서머스 교수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35~40%p 증가하면 실질 중립금리가 0.8~1%p 상승할 것”이라며 “향후 10년 간 실질 중립금리는 연준의 예측인 0.5%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게 내 추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금리 수준인데요. 이 중립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성장률도 따라 오른다는 겁니다. 과거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새 시대로 간다는 거죠. 상대적 고성장입니다. 이에 맞춰 물가도 오르지만요. 서머스 교수는 “나는 인플레이션도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조적 장기침체 이론은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었는데요. 미국의 경우 전쟁 땐 물자 생산으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종전 직후 높은 인플레이션을 맞기도 했지만 이후 미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 전까지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서머스는 이 흐름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2차 세계대전급의 상황 전개를 불러왔고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게 비슷하죠. 그래서 서머스의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 시대를 단순하게 암울한 시기라고만 해석하면 곤란할 듯합니다. 성장도 같이 커지니까요. 과거와 다른 게 정부 부채비율일텐데 일단 서머스는 마구잡이로 쓰지 않고 적절히 지출을 확대하면 관리도 가능하고 투자확대에 이점이 크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물가가 높을 것이라는 단순 전망이 많았지만 이번엔 정부 지출확대를 포함한 시대 흐름이 바뀐다는 점을 명확히 짚은 것이라 의미가 큰데요. 세계적 석학인 서머스가 자신의 생각도 바꿨거든요.

미국의 상황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영향을 주게 되죠. 미국이 장기침체 시대가 끝나고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 시대로 간다면 다른 나라들의 금리와 물가, 정부 지출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날 겁니다. 주식과 채권 같은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마찬가지구요. 서머스는 “우리가 익숙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금리 시대의 시작일 수 있다”며 “정부 지출은 기회비용 개념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준 연착륙 자신감에도 침체 가능성 높아”…“신뢰도 잃은 연준 인플레 타깃 논쟁도 거세”


서머스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큰 그림을 짚었다면, 한 발 내려와 올해 상황을 보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AEA 행사에서 “올해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경미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동안의 인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그는 12월 고용보고서가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인플레이션 탓에) 침체가 오더라도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거나 연방정부가 지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페드풋(Fed Put)’이 안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5%대 초반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전망을 유지했는데요. 퍼먼의 최종금리 예상치가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봐야합니다.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경제팀에서 핵심 자문역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전망은 정말 어려우며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고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른다(We don't know)는 게 정답”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연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 12월에 내놓은 전망에서 2021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를 1.8%, 2022년은 1.9%로 제시했었죠. 지난해 11월 미국의 근원 PCE는 4.7%였는데요.

인플레이션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은 하방위험과 함께 상방위험이 존재한다는 말이겠죠. AEA 행사에 온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3% 근처로 하락한다”고 했지만 물가예측은 언제나 조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드 콜코(오른쪽) 두번째 미 상무부 차관이 공급망 관리를 할 때 특정지역(중국 등)이나 제조업에만 한정하지 말고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생산인력 관리와 이민정책(노동공급 측면), 서비스업 공급망 등 대상을 확장해야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민정책도 공급망 관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뉴올리언스=김영필 특파원


인플레이션 타깃 논쟁도 거셌는데요. 로머 교수는 타깃을 못 맞추고 있는 연준 때문에 “신뢰도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인플레이션 타깃은 2.5%나 3%가 더 낫다”고 했는데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 인플레 타깃은 횡포이며 2%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가계와 기업에) 더 큰 횡포”라며 “2%에 빨리 도달하려고 하면 값비싼 대가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인플레이션 타깃이 바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서머스 교수의 말대로 경제의 구조적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 차차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겠지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의 급격한 경제둔화와 함께 금리인상이 세계경제 질서를 바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추가로 연준 인사들이 소프트랜딩(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부분이 있는데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6일(현지 시간) AEA 행사장에서 직접 만났는데요. 그는 실업률 3.5%, 일자리 22만3000개 증가한 12월 고용보고서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과 수정 수치들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노동시장이 견고하다(robust)”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나는 침체가 없다는 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 발언은 강한 노동시장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것으로 실제 연착륙이 되느냐와는 다른 얘기라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야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중요한 지표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목요일인 12일에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옵니다. 12월 고용보고서상의 임금상승률 둔화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와 2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가를 중요한 데이터인데요. 13일에는 미시간대 1월 인플레이션 기대, 9일에는 뉴욕 연은의 인플레 기대 자료가 나옵니다. 의미가 있죠. 12~13일에는 지역 연은 총재들의 연이어 몰려있고 10일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스톡홀름 연설은 중앙은행의 독립에 관한 것이라 실제 발언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각종 지표와 연준 관련 내용은 꼭 3분 월스트리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에서 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경 마켓 시그널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기사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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