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매매 및 전세가격은 각각 4235만 원, 2076만 원으로 격차가 2159만 원에 달했다.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격차다. 2017년만 해도 전세·매매가 격차는 785만 원에 그쳤으나 이후 급격히 뛰어오르는 매매가격을 전세가격이 따라잡지 못해 △2018년 1310만 원 △2019년 1561만 원 △2020년 1832만 원 △2021년 2127만 원으로 커졌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팔랐던 지난해 전세·매매가 격차가 벌어진 것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도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45%, 전세가격은 3.9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커지자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기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전세를 놓아 매물이 꾸준히 늘어났다.
전세·매매가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을 매입하는 ‘갭 투자’가 더욱 어려워져 아파트 거래량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1000건을 밑돌 정도로 얼어붙었다.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책에도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3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이달 30일부터 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특례 보금자리론 상품을 출시하는 등 주택 시장의 연착륙 유도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매수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크고 금리가 높아 매수 심리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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