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양국 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을 찾았다. 한국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잠시 흔들렸던 양국 간 신뢰는 윤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방문으로 완전히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UAE 중심국인 아부다비에서 약 280㎞ 서쪽에 있는 바라카 원전을 방문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을 찾은 것은 2018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 함께 중동 최대 에너지 행사인 ‘아부다비 지속 가능성 주간’ 개막식에 참석해 바라카 원전을 “양국 우정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열악한 환경을 뚫고 원전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며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신의 축복’이라는 뜻을 가진 바라카 원전은 ‘특별전략적동반자’로서 중동 최우방국인 UAE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한국전력이 2009년 UAE 원자력공사(ENEC)와 186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원전 4기의 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건설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원전이기도 하다. 한국은 사막의 모래 폭풍이 부는 극한의 환경에서 바라카 원전을 지연 없이 준공해 세계에 기술력을 과시했다. 바라카 원전의 성공은 이집트 엘바다 원전 수주로 이어졌고 폴란드와 체코 원전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방문은 3월 3호기 상업가동을 앞두고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은 UAE를 방문한 2018년 현장을 찾았지만 올해 1월 방문 때는 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탈원전 정책으로 UAE와의 관계가 흔들린다는 관측도 있었다. 원전의 수명은 통상 60년, 핵연료 처리 등을 포함하면 약 100년간이다. 그런데 한국이 탈원전을 가속화하면서 UAE의 에너지 안보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무함마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굳건한 원전 협력에 합의하며 관계를 정상화했다. 나아가 양국 정상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UAE의 자금을 활용해 제3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원전 원팀’을 구성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을 찾으면서 양국의 원전 협력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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