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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올라탄 ‘하만’…이재용의 ‘메가딜’ 통했다

■전장 사업 키우는 전자업계

디지털 콕핏서 글로벌 1위인 하만

솔루션 ‘드라이빙’ 페라리에 공급

LG는 전장 매출 10조 돌파 기대

삼성전기·LGD·LG이노텍 등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투자 확대

이재용(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8일(현지 시간) 하만 멕시코공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국내 전자 업계가 부진한 실적 속에서 그나마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사업의 호조로 힘을 얻는 모습이다. 한때 적자 속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전장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각 회사들도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1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의 전장 계열사인 하만은 최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차세대 차량 내 전장 부품을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하만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올해 CES 2023에서 공개한 차세대 드라이빙 솔루션 ‘레디(Ready)’를 페라리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자동차 조종석)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24.8%를 차지한 1위 기업이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하만과 협력해 고객에게 무엇보다 뛰어난 드라이브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하만이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 2000억 원, 영업이익 2000억 원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3분기까지 매출액 9조 2749억 원, 영업이익 5150억 원을 기록한 하만은 4분기 실적을 더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21년(매출 10조 399억 원, 영업이익 5991억 원)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스마트폰·TV·가전 등 핵심 사업 부진 속에 4분기 영업이익(잠정)이 전년 동기 대비 69%나 하락한 삼성전자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다.



하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7년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9조 3000억 원에 인수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전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066570)도 지난해 9년 만에 전장 사업(VC사업본부)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가속 페달을 밟을 일만 남았다”고 표현할 정도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기반을 닦았다. 올해는 전장 사업에서 매출 10조 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2021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출범하는 등 전장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LG의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009150)·LG이노텍(011070)도 전장 사업 선점에 뛰어들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전장 사업 담당 팀을 만들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주력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서 전장용 매출 비중을 대폭 늘려 나갈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 모듈 등 미래차 핵심 부품을 바탕으로 전장 사업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처음으로 공개 부스를 마련한 CES 2023에서도 전장 관련 문의가 대거 늘어나는 등 시장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034220) 등이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점찍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의 흐름이 차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전장 사업 비중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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