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는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성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사전·사후 보상제, 묶음 수가제 등은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분야를 총괄하는 박민수(사진) 제2 차관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나라 보건의료 서비스는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는데 필수 의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행위별 수가를 기본 틀로 하고 있는 현재의 지불 제도에서 찾았다.
박 차관은 외상센터 사례를 제시했다. “외상센터에는 고난도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환자가 없더라도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행위별 수가체계 하에서는 뭔가 끊임 없이 행위를 해야 수입이 올라갑니다. 달리 말하면 환자가 없으면 수입이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계속 적자 나는 사업에 투자도 안하고 인력 배치도 안 하려고 합니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게 박 차관의 진단이다. 그는 “환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소아과나 저출산 현상으로 내원하는 임산부가 적은 산부인과의 경우 의료 행위를 할 환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상대가치점수를 올려도 수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환산지수를 올리면 동일한 종류의 의료기관 모든 서비스의 수가를 같은 비율로 올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곱한 값이다. 상대가치점수는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인력·시설·장비 등 자원의 양과 위험도를 고려해 산정된다. 환산지수는 점수 당 단가로 요양기관 종류별로 다르며 1년에 한번 의약계 대표와 건보공단이 협상을 통해 정한다.
혁신적인 지불 제도를 도입해 이 구조를 바꿔야만 필수 의료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게 박 차관의 지론이다. 그는 “어린이 병원 같은 곳에 대해서는 사후 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응급 외상센터 등은 자원이 부족하니 있는 자원을 센터끼리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 병원이 그런 프로세스를 짜면 정부가 사전 보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행위별 수가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종별 가산 제도를 활용해 필수 의료를 강화한 기관 전체에 가산료를 얹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행위별 수가는 서비스를 얹으면 얹을 수록 수입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묶음 수가제는 일종의 대안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료계가 강력 반대하고 있는 총액 계약제 도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지금 상태에서 총액 계약제를 한다, 안 한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가 않다”며 “그게 맞는 것인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총액 계약제는 건보공단과 의료 공급자가 미리 보수 총액을 정하는 계약을 맺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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