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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또다시 불붙은 '에너지의 정치화' 논란[양철민의 경알못]

'난방비 폭탄' 논란에 대통령실 직접 진화나서

산업부2차관, 부랴부랴 백브리핑 통해 해명

적자 9조 넘는데.. "2분기 요금인상 지켜봐야"

가스공사 누적적자에 '제2의 한전채 사태' 우려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가스계량기에 눈이 쌓여 있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결정 과정에 정치가 개입돼 가격체계가 왜곡되며 이번 ‘난방비 폭탄’ 논란이 발생했다고 봐야 합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1년 3분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전 정부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 때문에 요금 인상 시기를 미뤘다”며 ‘난방비 폭탄’ 논란 발생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가스요금을 인하한 후 대통령 선거 이후인 2022년 4월에야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사이 천연가스 요금은 2배 이상 급등했지만 지지율을 의식한 청와대의 결정에 가스요금은 요지부동이었다. 정치적 결정에 따른 ‘고무줄 가스요금’이라는 비판이 아직까지 제기된 이유다.

문제는 이번 난방비 이슈가 정치권과 국내 경제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하며 ‘에너지가격 정상화’ 시점이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가격 변동분을 즉시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이번 난방비 파동으로 ‘에너지가격 결정구조의 정치화’가 고착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세종 관가 내 여론을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경제부처내에서는 이번 난방비 폭등과 관련한 여론의 파장을 제대로 예측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는 올 겨울 에너지 수급안정 및 전기요금 정상화를 정책 우선순위로 놓고 해당 이슈에 집중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신한울 1호기와 한빛 4호기를 가동하며 2.4GW 용량의 전력을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4.5GW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에도 공급예비율은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12%를 기록하며 ‘원전 역할론’ 여론에 확실한 힘이 실렸다. 정부는 또 올 1분기 전기요금을 9.5% 인상하며 한국전력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에너지 가격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난방요금의 기준점이 되는 가스요금은 올 1분기 서민부담 급증을 이유로 동결을 결정했다. 가스요금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 지난해 10월 15.9% 인상된 후 최소 6개월 가량을 묶어두기로 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가스공사로서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한 정책카드였다. 정부로서는 당시 기준 나름 최선의 카드를 꺼내들었던 셈이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난방비 이슈가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양력 기준 전년대비 열흘 가량 당겨진 설 연휴와 올 겨울 한파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난방비 사용분 고지서가 올 1월 중순께 각 가정에 날아들며 설 연휴 가족모임에서 주요 이슈가 되며 민심이 크게 휘청거렸다. 여기에 전년대비 3도씨 가량 낮은 올 겨울 평균온도로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량까지 늘며 난방비 이슈는 38.4%라는 가스요금 인상률의 수십배나 되는 파급력을 몰고 왔다. 여기에 올 1월 난방비 고지서가 부과되는 다음달 중순께 ‘난방비 폭탄’ 논란이 한달여만에 재연될 수 있다. 난방비 이슈가 올 1분기 국정의 최대 화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며 난방비 문제가 정권차원의 이슈로까지 확대된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난방비 폭등에 대한 대책을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하며 민심 누그러뜨리기에 팔을 걷어 붙인 모습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117만6000 가구에 대해 올 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15만2000 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 상한을 기존 3만6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2배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바우처 관련 에상은 예비비 1000억원 등 총 18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며 가스요금 할인 관련 예산은 아직 추정중이며 비용은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가 부담한다.

세종 관가또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난방비 이슈와 관련해 취약계층 부담 완화에 신경쓰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 또한 26일 갑작스레 진행된 기자단 대상의 난방비 관련 백브리핑 자리에서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가스요금 오름폭이 제일 낮다”며 여론진화에 나섰다. 박 차관의 백브리핑은 25일 오후 8시 30분께 갑작스레 고지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까지 직접나서 난방비 이슈에 대한 대응에 나서자 에너지 가격 정상화 시점이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현재 가스공사 미수금 규모만 보면 가스요금은 꾸준히 인상돼야 한다. 2020년 2000억 규모였던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1조 8000억원으로 9배 가량 불어난 후 지난해에는 9조원 가량이 쌓였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누적 미수금이 1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스요금은 주요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서 요금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기요금 인상이 마지막으로 단행된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가스요금 소비자 가격은 메가줄(MJ·에너지단위) 당 22.2원으로 독일(83.7원), 프랑스(56.6원)의 절반 수준이며 지난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자리에 오른 미국의 가스요금 또한 26.1원으로 한국보다 높다.

반면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 시기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최상목 수석은 올 2분기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이른 시점이며 국민부담이나 가스공사 재무상황 등 여러 이슈를 고려해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말을 흐렸다. ‘국민부담’과 ‘가스공사 재무상황’이라는 변수 중 어느쪽에 가점을 두느냐에 따라 요금 인상시가 및 폭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지난해 10월 가스공사 사장에 코레일 사장을 역임한 ‘에너지 비전문가’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낙점해, 에너지 업계에서는 ‘대통령실이 에너지 수급 문제 해결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스요금을 인상을 미룰 경우 지난해 ‘한전채 대란’과 유사한 ‘가스공사발 채권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가스요금 동결은 결국 후세대에게 가스공사 미수금 부담을 떠넘기는 조치라는 점에서 요금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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