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장남 조성민(사진) 상무가 최근 업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제지·펄프 업계 신년인사회라는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셋째 아들이다.
30일 제지 업계에 따르면 조 상무는 연초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지·펄프업계 신년인사회’에 한솔제지 관계자들과 함께 참석해 ‘기획담당 임원’이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며 얼굴을 알렸다.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한 제지업계 임원은 “업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신년인사회에 처음 참석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조 상무에게 향했다”면서 “재벌 3세답지 않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겸손하고 진중하게 대화하는 모습에 참석자들 사이에서 교육을 잘 받은 준비된 경영자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조 상무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산운용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6년 9월 한솔홀딩스에 입사했다. 한솔홀딩스 기획부서 과장으로 재직하다 2019년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로 이동한 후 2020년 차·부장급인 수석으로, 2021년 상무로 연이어 승진했다. 임원 승진 후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친환경 소재와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한솔제지가 지난해부터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있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와 친환경 종이 용기 ‘테라바스’ 등을 기반으로 식품과 제과업체 등에 다양한 업체들과 활발한 협업 체결도 조 상무의 작품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 담당임원으로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신세계푸드와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비롯해 롯데제과,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인 폴바셋과 이디야 등과의 협업도 조 상무가 관여한 성과”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조 상무의 행보가 아직은 나이가 어려 3세 경영 체제 본격화보다는 경영수업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조 상무가 지난해 한솔홀딩스 주식을 사들인 점은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상무의 한솔홀딩스 지분은 0.5%에서 3.0%로 늘어 아버지 조 회장 지분율(17.2%)과 합산하면 오너 부자의 지분율은 20%가 넘는다. 조 상무는 2021년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의 장녀인 정정은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각각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증손자,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종손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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