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의 가장 큰 ESG 현안은 ‘유럽연합(EU)발 공급망 실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ESG 인프라 구축 요구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준비는 미비해 정부의 자금 지원·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기업 300개 회사를 대상으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에서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참여 기업의 40.3%가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독일에서 공급망 ESG 실사법이 시행되고 내년부터 EU 전체로 확대되면서 국내외 대기업이 협력 업체에 ESG 실사를 요구하는 사례들을 각 기업에서 면밀하게 살피는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실사 결과 고객사와 거래나 계약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 ESG 실사 대응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이번 설문 조사 결과 공급망 실사법 진행 속도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늦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인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원청 기업은 48.2%, 협력 업체는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다’고 응답했다. 장기적으로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37.3%에 달했다.
또한 기업 61.6%는 올해 경기가 어려워도 ESG 경영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53.0% 기업들이 ‘국내외 고객사 요구 확대’를 꼽았고 ESG 규제도입(35.1%), 연기금 등 투자자 요구 확대(7.0%), 소비자 요구 확대(4.9%) 등이 뒤를 이었다.
ESG 경영 추진 기업 애로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58.3%가 ‘비용부담’을, 53.0%가 내부 전문인력 부족을 택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ESG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경기 부진을 극복할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ESG 실천이 쉽지 않은 기업들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 등으로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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