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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만 벤처 강국…민간母펀드는 첫발도 못뗐다"

[정쟁에 표류하는 중소벤처 혁신] <중> 시급한 민간주도 투자생태계

선진국, 정책·민간 모펀드 공존

두터운 투자풀로 자본유입 활발

정치권 최근 개정안 잇따라 제출

법인 출자 최대 8% 세액공제 등

정부서도 민간 투자 확대 속도전

지난해 말 열린 ‘컴업 2022’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투자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 현황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3분기 모두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1분기 68.1%, 2분기 46.5%로 증가율이 둔화 모습을 보이다 3분기에 증가율이 3.3%로 급격히 떨어졌고 4분기에는 벤처펀드 결성액이 1년 전보다 13.0%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늘어난 펀드 결성액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결성된 벤처펀드 출자자 가운데 민간 출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대목이다. 민간 부문은 1년 전보다 19.8% 늘어난 8조 110억 원으로 전체 출자의 74.7%를 차지했다. 반면 정책금융 출자는 전년보다 3.3% 감소한 2조 7176억 원으로 전체 출자의 25.3%를 기록했다.

대내외 경제 리스크로 벤처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민간의 유동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글로벌 트렌드처럼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정부의 모태펀드를 보완할 ‘민간 벤처모(母)펀드’ 제도 도입을 서둘러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투자 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대규모 민간 출자금을 모집해 벤처·스타트업 투자 목적의 자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올 초 열린 'CES 2023'의 'K-스타트업' 전시관. /연합뉴스


5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 선진국들은 ‘정책 모펀드’와 ‘민간 모펀드’가 공존하는 두터운 투자 풀(Pool)을 갖춰 민간자본 유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를 운영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홍콩 2개 포함), 영국, 독일, 캐나다 등 7개국이며 22개 민간벤처모펀드가 운영 중이다. 평균 운용자산은 33억5000만 달러로 자펀드도 평균 15.5개를 운용 중이다. 벤처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만 민간 벤처모펀드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민간 펀드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축적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모펀드가 조성되는 투자 생태계로의 변화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성배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대형 벤처캐피탈(VC)이 민간 벤처모펀드를 운용하면 안정성이 높고 다수의 자펀드 출자로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며 “글로벌 벤처강국의 흐름인 만큼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정부도 민관이 협력해 함께 이끌어 가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섰다. 법인 출자자에 최대 8% 세액공제와 펀드 운용사에는 펀드 자산관리 및 운용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개인 출자자의 경우는 투자액의 10%만큼 소득 공제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정부 모태펀드는 청년창업과 여성기업, 창업 초기 기업 등 시장의 과소투자 영역과 초격차 산업 등 정책 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출자 수요와 투자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지난해 열린 민간 모펀드 조성 라운드 좌담회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대립하며 지지부진했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 개정의 불씨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자펀드 출자를 주목적으로 결성하는 ‘민간 벤처모펀드’ 도입 근거를,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민간모태펀드 활성화를 위한 ‘민간벤처투자모태조합’ 조성 근거를 마련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처럼 대규모 민간자본의 벤처투자 유입을 촉진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여야가 방향성이 일치해 법 개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민간 벤처모펀드의 도입은 벤처·스타트업에 충분한 성장자금을 공급을 통해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모펀드라는 2개의 엔진으로 벤처투자 생태계를 역동적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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