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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Insight] 의료계 몽니에 발목 잡힌 혁신…'무조건 반대'는 설자리 없다

비대면 진료·실손보험 간소화 등

사사건건 '환자 위한다'며 반대

진정성 의심 비판 여론 커질것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14년째 표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이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집무실에서 따로 만나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법안은 이제 무조건 ‘고’(go)”라고 최후 통첩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중계기관의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바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제2의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실손보험 지급가능금액과 실제 지급액 차이는 총 74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법이 개정될 경우 연간 2000억 원 상당의 실손보험금이 추가로 지급돼 소비자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 이후 관련 법안이 수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번번이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불발됐다. 정치권과 여론이 강한 압박을 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의료계가 강력 반대한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편의성과 안정성이 확인된 비대면 진료 역시 의료계의 반대가 크다. 2000년 시범사업을 시작하고도 23년째 의료법 개정안 발의와 폐기만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어렵사리 비대면 진료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자 의료계는 그나마 "논의는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비로소 진척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 의료인들은 '의료 질 저하'를 이유로 비대면 진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도입과 뗄 수 없는 처방의약품 배송은 대한약사회의 반대로 논의 선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3명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3.5명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23년째 제자리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협의 요구에 따라 당시 3273명이던 정원을 6년간 순차적으로 줄인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대로면 10년후에는 의사가 2만7000명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3458명으로 400명 늘려 10년 간 한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집단파업 등으로 맞서 결국 물거품이 됐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로 의료비용 지출이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비대면 진료는 이미 일상화됐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의료계로 유입되면서 의료 현장에서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대응해 변화해야 할 시기다. '환자를 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시대의 흐름과 여론을 무시한 채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면 그들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안경진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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