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 5000명을 넘어서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생존자들이 물과 연료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차 재난'을 경고하며 피난처·식량·물 등의 물자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전날 저녁까지 집계된 튀르키예의 사망자 수가 1만 2391명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는 당국과 반군 통제지역의 사망자가 약 3000명으로 늘었다. 이를 합치면 두 국가의 사망자는 1만 5000명을 넘어선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2002년 이후 발생한 전세계 지진 가운데 사망자가 1만 5000명을 넘은 지진은 이번 지진을 제외하고 8개 뿐이다. 지진 발생 이후 불과 나흘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튀르키예 지진의 사망자 수는 각각 7번째와 8번째로 사망자가 많았던 2011년 동일본대지진(1만 9846명)과 2004년 인도 대지진(1만 6389명)의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6일 새벽 튀르키예에서 진도 7.8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여진이 수백 차례 이어지고 있다.
필사의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생존자들의 '지속적 생존'도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WHO에 따르면 현재 많은 생존자들이 물·연료·전기·통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위생 상태에서는 콜레라 등의 전염병, 상처 부위의 2차 감염, 호흡기 질환이 창궐하기 쉽다는 것이 WHO의 진단이다. 아델하이트 마르샹 WHO 비상대책관은 8일 "특히 (12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시리아의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WHO는 무려 2300만 명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로버트 홀든 WHO 지진 대응 담당자는 "지진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색과 같은 속도 및 강도로 (생존자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지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2차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생존자들에게 피난처와 식량, 깨끗한 물,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세 차례에 걸쳐 튀르키예·시리아에 의료진과 의료품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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